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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 '부익부 빈익빈' 심화, 수주량 1위에도 위기설 '솔솔'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19.12.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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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대한민국 조선업이 올해 총 수주액 20조원을 넘겼다. 올 11월까지 누적 수주량에서도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의 목소리는 “아직도 힘들다”였다. 출구 없는 터널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더군다나 11월 한 달만 봤을 땐 전 세계 수주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주고 3위로 추락했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대한민국 조선업은 아직도 위기일까, 아니면 반등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일까.

지난 9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한민국 조선 수주액은 11월 누계 기준 164억달러(19조5045억원)다. 경쟁국인 중국 153억달러(18조2008억원)보다 1조원 많은 액수다. 

더군다나 이번 조사에는 지난달 22일과 29일 삼성중공업이 체결한 총 15억달러(1조7844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공급계약이 제외돼 있다. 이를 포함하면 총 수주액은 20조원을 상회하고 중국과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또 수주량에서도 2019년 대한민국은 712만CGT(36%)로, 중국 708만CGT(35%)과 일본 257만CGT(13%)을 앞섰다. 업계에서는 “총 발주량이 2006만CGT로 2018년 3172만CGT 대비 37% 급감한 것을 감안할 때 선방한 셈”이라는 평이다.

대한민국 조선업 빅3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 조선업 빅3 [사진=연합뉴스 제공]

◆ 대한민국 조선업, 中에 지난달 수주 1위 뺏겨...누적 수주량은 선두 유지

반면, 1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만 놓고 보면, 총 79만CGT(37척) 중 대한민국은 8%(6만CGT, 3척)를 수주, 69%의 중국(54만CGT, 21척)과 15%의 일본(11만CGT, 5척)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조선업계에선 선박 발주량보다 수주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한국은 고부가가치 최신 선형인 LNG운반선 비중이 38%에 달한다”며 “LNG선 선가는 척당 1억8600만달러(2212억원)로 전체 선박 가운데 가장 비싸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은 가장 저렴한 벌크선이 각각 33%, 47%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크선은 척당 4950만달러(589억원)로 LNG선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대한민국 총 수주액이 30조원 안팎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흘러나온다.

11월 말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2629만CGT(35%)에 이어 대한민국 2075만CGT(28%), 일본 1176만CGT(16%) 순이다.

◆ 출구 없는 불황은 중형 조선사로부터, 3년 새 수주 20%선으로 떨어져 
 
하지만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정작 큰 위기는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출구 없는 터널을 헤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중형 조선사 중에서 손꼽히는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선조선, 대한조선 모두 선박 수주가 3년새 20% 수준으로 급전직하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성동조선은 청산 위기에 몰렸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SG중공업·큐리어스 컨소시엄이 새주인이 됐지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근간에 선박 건조 계획이 없다. 

또 한진중공업은 내외적으로 위기에 흔들리면서 그 규모가 전성기 시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STX조선과 대선조선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것만도 벅차고, 대한조선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위기다.

결국 문제는 공신력 있는 5대 국내 중형 조선사가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클락슨리서치에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순위권 안에 드는 반면,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3분기 수주량은 12만 CGT에 불과했다. 이는 5척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7% 줄어든 수치다. 그마저도 수주를 받은 곳은 세 곳에 불과하다. 대한조선은 아프라막스급 탱커 2척, STX조선해양은 MR탱커 2척, 대선조선은 연안여객선 1척을 수주했다. 

올해 들어 3분기 누적 수주량은 17척에 불과하고 지난해 동기 대비 1척이 줄어든 수치다. 3년 전인 2016년 3분기 누적 수주량 120척과 비교했을 때 80% 이상 일감이 사라진 것이다. 

관계자들은 “조선업이 활황이었던 2007년 세계 중형 선박 생산의 17.7%를 담당했던 한국 중형 조선업계 수주점유율 역시 지난 9월말 기준 3.4%로 떨어졌다”고 첨언한다.

즉 대한민국 조선업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빅3 조선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 조선업 불황 이후 시중은행 RG 발급 중단, 정부 역할론 제기

중형 조선사의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선수금환급보증(RG)이 발급되지 않는 현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금융사 보증이다. 빅3를 제외하고 자본력이 약한 중형 조선사에는 선박 수주 계약의 필수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조선업이 불황을 맞이하자 시중은행들이 RG 발행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힘이 되어주어야 할 국책은행마저 제한적 RG 발급에 머물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STX조선이 수주한 선박 건조 계약 7건이 RG 미발급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 역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활력 제고 방안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중형 조선사 각각에 대한 신용평가 후 신용등급 A+ 조선사에 대해 최대 70억원 지원 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조선산업협회 관계자는 “중형 조선사가 수주하는 탱커는 주로 재화중량톤수(DWT) 기준 5만DWT급으로 선가만 약 400억원 규모다. 통상적으로 일반 상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선가의 최소 40% 수준인 160억원가량 RG 발급을 받아야 수주할 수 있다. 정부가 말하는 70억원 RG 발급 지원으로는 중형 선박 1척 수주도 어렵다”고 현실을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 조선 업계는 점점 더 성장하면서 국내 중형 조선사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강력한 금융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일본은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엔저 정책으로 볼륨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뚜렷한 대책이 없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이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라는 점에서 중형 조선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중형 조선사와 설계전문사가 줄면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업에 인력이 남지 않을 뿐 아니라 유입도 감소해 기반 자체가 약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RG 발급을 위한 컨트롤타워 설치를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RG 발급 심사위원회를 두고 금융당국이 RG 발급을 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전문가는 “조선업이 불황을 맞은 후 시중은행들이 RG 발급을 중단하고 난 다음 2008년 27개소였던 중형 조선사의 63%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이 수치가 곧 2019년 누적 수주량 세계 1위라는 영예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설의 근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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