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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3구역 재개발, 시작도 전에 상처만 늘어난 빅3 건설사 격전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19.12.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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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서울 재개발 사업지 중 노른자위라 불리는 한남3구역을 둘러싼 빅3 건설사간의 과열경쟁이 결국 정부의 개입과 제재로 소강 상태에 빠졌다. 예정대로 연내에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려던 재개발조합도 내년 5월 이후로 연기할 뜻을 내비친 상황이다.

총 공사비 1조 8000억원을 웃돌고 총 사업비는 7조원 규모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왜 이렇게 암초에 부딪히게 되었을까.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사진=연합뉴스 제공]

◆ 9월 이전부터 불붙은 시공사 선정 문제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이 본격적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선 건 9월 2일부터다. 하지만 국내 재개발사업 사상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로 인해 대형 건설업체들은 훨씬 이전부터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한 지역 주민은 “시공사 입찰 공고가 나기 전부터 홍보요원인지 뭔지가 수백 명씩 몰려와서 북새통이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한남3구역에 투입한 홍보인원만 300~400명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또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존 시공 단지 투어를 하거나 식사를 제공하는 등 홍보활동도 적극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게 조합 탓도 크다”며, “한남3구역 수주전에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두고 조합이 공식적인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건설사간 경쟁이 혼탁을 넘어 위법으로 치달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합이 여러 업체가 공구를 나눠 시공하는 컨소시엄 방식 허용 여부를 입찰 공고문에 명시하지 않으면서 생긴 문제다. 한 조합원은 “건설사들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담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대하는 이유로 “컨소시엄 단지의 품질이 단일 시공 단지의 품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만큼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조합원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조합도 당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서 컨소시엄 불허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였다. 이로 인해 단독 입찰을 준비하던 대림건설은 반겼으나 컨소시엄을 준비하던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당혹감을 내비쳤다는 것이 9월의 분위기였다.

빅3 건설사: 대림건설, GS건설, 현대건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빅3 건설사: 대림건설, GS건설, 현대건설 [사진=연합뉴스 제공]

◆ 10월, 입찰제안서 마감 후 빅 3 건설사 간 과열양상

10월 18일 입찰제안서가 마감되고 나자, 상황은 더욱 과열양상으로 치달았다. 국내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이자 강북 최고 입지인 한남3구역에 자사 브랜드 깃발을 꽂으려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빅 3 건설사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현대건설은 현대백화점과 함께 단지 내에 현대백화점 계열사 브랜드 상가를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더불어 교육특화시설을 조성해 메가스터디, 종로엠스쿨 등 강남 대치동의 유명 학원들을 유치하겠다고 제안했다. 가구당 5억원의 최저 이주비를 보장하고 추가 이주비도 지원하겠다고 명시했다.

대림산업은 이주비 100% 보장과 함께 임대아파트가 전혀 없는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 건립이 의무화된 임대주택을 통째로 매입해 민간임대주택으로 일정 기간 활용한 뒤 분양전환(소유권 이전)하겠다는 안이다. 특화설계로 한강조망권 가구 수를 조합 안인 1038가구에서 2566가구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마지막으로 GS건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분양 가격을 3.3㎡당 7200만원으로 보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강남권 일반분양 가격을 3.3㎡당 5000만원 이하로 억제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또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에는 100% 대물 인수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반면 조합원 분양가격은 절반 수준인 3.3㎡당 3500만원 이하로 보장하기까지 했다. 더불어 상가 조합원을 위해 상업시설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110%를 약속했다.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90% 보장, 조합원 전원 한강조망·테라스·펜트하우스 보장 등의 조건도 내걸었다.

◆ 11월, 국토부와 서울시의 특별 점검

이렇게 빅3 건설사들이 과열 양상을 띄자 수주전이 국토부와 서울시가 나섰다. 건설사가 조합에 낸 입찰제안서에 불법 요소가 없는지 특별 점검을 결정한 것이다. 

먼저 국토부는 GS건설이 제시한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보장처럼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행위로 도정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또 혁신설계안, ‘임대주택 제로’ 같은 내용도 건설사가 보장할 수 없는 제안이다. 당초 조합 설계안을 업그레이드한 혁신설계안은 서울시 심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데다 인허가 변경 절차에만 1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이렇게 국토부가 나서서 빅3 건설사의 입찰제안서를 검토하자 재개발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11월 26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의 법 위반 사례가 포착됐다. 3개 건설사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현행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20여건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재입찰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서울시는 조합이 시정조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시공사뿐 아니라 조합도 법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관계자는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 올 12월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이르면 내년초로 연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11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정기총회에 입장하고 있는 조합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11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정기총회에 입장하고 있는 조합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 12월, 컨소시엄 불가 선언한 조합, 상처만 남은 빅3 건설사

국토부와 서울시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과 관련해 건설사들의 제안내용 20여건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132조의 '재산상 이익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또 문제가 된 것은 건설사가 제시한 사업비와 이주비 무이자 지원은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 제공이라는 점.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 시공과 무관한 제안들이 재산상 이익을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또 혁신설계안이 의외로 발목을 잡았는데, 이 역시 서울시의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가 건설사들에게 타격을 준 건 정부가 입찰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에 대해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 내용을 해당 구청과 한남3구역 조합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시정조치가 권고사항이라 조합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시공사 선정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당장 조합측은 지난 11월 28일 1차 시공사 합동설명회를 강행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장소 대관도 완료돼 있고, 사업 진행이 늦어질 경우 조합의 불이익이 커져 정부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당시 문제는 이 경우 서울시가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허가를 내 줄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입찰 참가 건설사들에게 제재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은 지난 11월 27일 오전 10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는 ”12명의 이사가 참여한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가 지적한 위반사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입찰'과 '위반사항 제외 수정 진행' 등 두 가지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문제가 된 위반사항을 제외한 뒤 재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조합 관계자는 “오전 10시 조합 이사회 결과 재입찰과 위반사항 제외 수정 진행을 논의해서 수정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위법성이 거론된 제외사항은 공사비에서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2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향후 시공사 재입찰공고문에 '컨소시엄(공동도급) 불가' 조항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그렇게나 원하던 결정이었다. 이미 과열되어 버린 수수전이지만 재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사전 차단하고, 조합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대형건설사의 단독 입찰로 컨소시엄 문제는 해결했다고 해도, 남아있는 현대건설, 대림건설, GS건설은 상처만 늘었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12월 15일 예정됐던 시공사 선정 총회도 취소했다. 조합은 이른 시일 내에 대의원회를 열고 재입찰 공고 등 안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비업계는 조합이 재입찰에 나서면서 시공사 선정은 빨라야 총선이 끝나는 2020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38만6395.5㎡)에 지하 6층~지상 22층 아파트 197개 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최대규모다. 이 사업을 감당할 수 있는 건 결국 남은 빅3 건설사들 중 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으로선 상처뿐인 영광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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