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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얼굴 없는 천사' 기부금 절도범 검거...시민제보로 불씨 살아난 20년 6억 선행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19.12.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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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20년째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00만원을 성금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시민 제보와 경찰의 발빠른 대응으로 사건 4시간 만에 용의자들을 검거하면서 기부금을 되찾아 올해도 어려운 이웃에게 온기를 전해질 수 있게 됐지만 순수한 선행이 범행 표적이 되면서 세밑에 씁쓸함을 남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30일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를 받는 A(35)씨 등 2명을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체포해 압송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왜 돈을 훔쳤냐", "얼굴 없는 천사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30일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를 받는 A(35)씨 등 2명을 충남 논산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체포해 압송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10시 경 "주민센터 인근 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익명의 전화가 전주 노소동주민센터에 걸려왔다. 일명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는 기부자는 20년째 자신을 밝히지 않은 채 거액의 돈을 불우한 이웃에게 써 달라며 이 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갔다.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들이 나무 밑을 샅샅이 찾았지만 성금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누군가에 의해 도난당했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인근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외부 사람과 외지 차량이 인근에 서 있었다고 제보했다. 주민센터 주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탐문 중이던 경찰에 평소 보지 못한 수상한 차량의 번호를 건네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경찰은 성금을 훔쳐 도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2명을 각각 논산과 유성에서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범행 이틀 전부터 차량 번호판을 가린 채 범행 현장 인근에 잠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들이 쓰지 않고 갖고 있었던 성금 6000만원을 회수한 경찰은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 용의자가 왜 기부금을 훔쳤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이 "유튜브를 보니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시기에 오는 것 같더라. 돈이 필요해서 기부금을 훔쳤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절차대로라면 회수한 돈은 직접 피해자인 얼굴 없는 천사에게 되돌려줘야 하지만 경찰은 기부자의 선행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성금을 주민센터로 전해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익명의 기부금은 올겨울에도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의 불씨로 전해질 수 있게 됐다.

2000년부터 매년 거액의 돈을 기부해온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해까지 19차례에 걸쳐 모두 6억834만660원의 성금을 두고 갔다. 전주시는 이 얼굴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2009년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 '얼굴없는 천사의 비'를 세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도 이 상자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힌 A4용지와 5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 수백개의 동전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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