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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환경 시대' 주류·음료업계 투명옷으로 새단장...'시장퇴출' 고민 깊어지는 페트맥주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0.01.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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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지난해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 하위법령이 시행되면서 음료·주류업계가 옷 갈아입기에 한창이다.

재활용이 얼마나 쉽느냐에 따라 포장재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이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 적용하게 되면서 '필(必)환경'에 발맞추지 않는 업체의 시장 퇴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출시 25년 만에 '장수 생막걸리' 페트병을 투명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사진=서울장수 제공]

2018년 4월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포장재를 생산하는 19개 업체는 2019년까지 무색 페트병을 만들겠다고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후 주류·음료업체들은 그 약속을 지켜가고 있지만 맥주의 경우 5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페트병 '탈(脫)색깔‘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깊어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 사이다에 이어 막걸리도 초록색 페트병 대신 불순물 포함률이 낮아 재생섬유의 원료 등으로 재활용 가치가 높은 투명 페트병으로 포장옷을 갈아입는 필환경 대열에 동참하고 나섰다.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출시 25년 만에 '장수 생막걸리'의 포장을 녹색 페트병에서 투명 페트병으로 바꾼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장수 측은 국내산 장수막걸리에 자외선 차단효과가 있는 투명 페트병을 우선 적용한 뒤 수입산 쌀로 만든 제품도 다음달까지 교체할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품 출시 35년 만에 칠성사이다 포장을 재활용이 쉬운 무색 페트병으로 바꿨다. [사진=롯데칠성음료 제공]

주류와 음료를 모두 생산하는 롯데 유통계열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움직이고 있다. 롯데주류는 소주 '처음처럼' 400㎖, 640㎖, 1000㎖, 1800㎖ 제품 페트병을 기존 녹색에서 투명 포장재로 교체했다.

롯데칠성음료 또한 제품 출시 35년 만에 칠성사이다를 재활용이 쉬운 무색병으로 바꿨다. 2018년부터 투명 페트병 전환을 추진한 롯데칠성음료는 "약 1년에 걸친 제품 실험 및 유통 테스트를 통해 맛과 향, 탄산 강도, 음료 색 등 품질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는 트로피카나 스파클링, 마운틴듀 등 제품에 대해서도 품질안전검사 이후 통과한 제품을 대상으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10월부터 소주 ‘참이슬’의 녹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교체,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 퇴출에 앞장섰다.

페트병 무색화에 속도를 내는 소주·음료 업체들과 달리 맥주를 주력으로 삼는 업체들은 여전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삼중 구조로 제작된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는 맥주는 무색 페트병에 담겨 직사광선에 비칠 경우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맥주를 이번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적용 대상에서 5년간 제외하고 주류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갈색 페트병 대체재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갈색병으로 된 국내 페트 맥주병. [사진=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주류 제공]

주류 업계 관계자는 "증류주인 소주와 달리 맥주는 발효주다. 맥주의 주성분 중 하나인 '홉'이 태양광에 취약해 맛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갈색병에 담는 것"이라면서 "맥주의 무색 페트병 사용으로 인한 변질 여부와 관련한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무색 페트병을 그대로 도입하거나, 유리병 또는 캔 등으로 대체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별한 대안이 없으면 페트병 맥주 생산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나일론과 페트(PET)가 혼합된 갈색 맥주 페트병은 4단계 페트병 포장재 등급기준 중 '재활용 어려움'인 등급에 해당해 EPR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2003년부터 도입돼 가볍고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레저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페트병 맥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에서 페트병은 전체 판매량의 15%를 차지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체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갈색 페트병을 퇴출할 경우 국내 맥주업체의 경쟁력이 줄어 결국 수입 맥주만 웃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부와 업계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것이 재활용 산업을 활성화하고 자원순환사회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유색 페트병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 법령 본격시행으로 '필환경'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 2020년, 맥주업체와 당국이 적절한 대체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페트병 맥주의 대체재 모색은 대표적인 재활용 화두로 주목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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