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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감시위…이재용 부회장 양형 위한 수단일까, 진정성 있는 윤리경영 의지일까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1.1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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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삼성이 다음 달 초 그룹의 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의 독립적인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를 공식 출범한다.

이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과, 삼성이 잘 정착시키면 우리 기업 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비슷한 제도를 시행한 미국 기업들은 일정부분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13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준법감시위 공식 출범을 앞두고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준법실천 서약을 했다. 삼성전기·삼성SDS·삼성물산·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주요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서약에 동참해 준법문화 확산에 나선다.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9일 공개된 준법감시위 위원회 면면을 살펴보면, 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을 포함해 법조, 시민사회, 학계, 회사 네 그룹에서 모두 7명으로 꾸려졌다.

7명의 위원회 내정자 중 6명은 외부 위원이고, 1명(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이 회사 측 인사다. 외부 위원 중에서도 고계현·권태선 위원은 ‘반(反)기업’ 이미지가 짙은 시민단체 출신이어서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 위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을 최장 기간(5년 11개월) 역임했고, 언론인 출신인 권 위원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재벌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운동을 이끌었다.

김지형 위원장은 “‘위원회의 구성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만나서 이에 대한 확답을 들었다”며 “6명의 내정자 전원을 독자적으로 판단해 참여를 권유했고, 어렵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위원회의 구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준법감시위 사무국 구성이 삼성 측 직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삼성에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준법감시위 운영을 합의한 7개 계열사에서 경비를 부담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 독립기구로서 공식 출범한다고 9일 밝혔다. 왼쪽부터 준법감시위 외부 위원인 김지형 전 대법관,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와 금속노조, 시민단체 등은 ‘이재용 봐주기’가 아니냐며 준법감시위 발족에 의문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9일 논평에서 “어떠한 법적 권한이나 책임도 없는 외부 기구인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내부 쇄신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준법위 설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범죄 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작용돼서는 안 된다. 삼성이 진정한 ‘변화’를 꾀한다면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경영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단체와 민중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역시 같은 날 삼성의 준법감시위 설립이 이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려는 ‘보여주기’식 행동이라면서 “삼성은 지금도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갖은 수단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미국이 이와 유사한 제도를 정착시킨 후 기업 문화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기대감도 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모티브로 삼은 것이 미국 제도인데, 미국의 연방양형지침서 8장은 기업범죄에 대해 ‘법 위반을 예방하고 감지할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입증되면 벌금 등을 깎아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형벌 부과만으로는 기업범죄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유인책을 내놓은 것.

이 제도가 시행된 1991년 이후 미국의 기업 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평이 나와,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원활하게 운영한다면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있다.

김지형 위원장은 “삼성 최고경영진의 진의를 믿고 싶지만, 완전한 확증을 갖고 있진 않다. 신뢰는 처음부터 존재하기 어렵다. 과정 속에서 새롭게 만들고 쌓아나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삼성 최고경영진을 바라보는 김 위원장의 시선처럼, 준법감시위가 독립적인 단체로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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