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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장사에서 재계 5위 기업으로...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별세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1.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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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19일 오후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신 회장은 70여년 전 맨손으로 일본에 건너가 시작한 껌 사업이 대성공을 거둔 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롯데를 국내 재계 5위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거인이자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하지만 최근엔 후계문제를 둘러싼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순탄치 않은 말년을 보냈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농부의 아들로 5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2년 밀항선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고학으로 와세다대학교 화학공학과 야간부를 졸업했다. 1944년 윤활유 공장을 차리며 사업을 시작했다가 미군기의 폭격으로 공장이 전소하는 일을 겪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별세 [사진=연합뉴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별세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그는 껌 사업에 뛰어들어 1948년 롯데를 설립했다. 이후 초콜릿,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두며 탄탄대로를 달렸다. 일본에서 사업에 성공한 신 명예회장은 1965년 한-일 수교로 한국에 투자가 가능해지자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고국인 한국에 진출했다.

신 명예회장이 롯데라는 기업명을 지은 건 대학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샤를로테’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평소 “모두에게 사랑받은 샤를로테처럼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진출한 1967년에 국내 기업들은 제조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은 유통업을 근간으로 제시했다. 유통업이 활발해지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이후 롯데호텔, 롯데쇼핑 등 식품, 유통은 물론 관광과 건설, 화학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국내 재계 5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신 명예회장은 건강을 유지했던 2011년 전까지 홀수 달에는 한국에서, 짝수 달은 일본에 머무르며 ‘셔틀경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폐쇄적인 경영 방식과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문제가 됐다. 롯데그룹의 한국, 일본 계열사가 꼬리에 꼬리를 문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유과 경영을 동일시해 계열사를 상장할 때에도 회사의 일부를 매각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화려했던 신 명예회장이었지만 말년은 굴곡졌다. 그의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 건설 허가 특혜 논란으로 인해 롯데그룹을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시작됐으며, 불분명한 후계 문제로 인해 2015년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회장 간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의 정신건강이 좋지 못한 것이 알려지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한 편에 선 신 명예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국내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퇴임하면서 형식상으로도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뗐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성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기업보국’을 실현한 기업인이지만, 폐쇄적 지배구조로 롯데그룹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이제 그가 떠난 롯데그룹의 남은 과제는 후계문제로 얼룩진 이미지 쇄신과 지배구조 개편이다. 

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그룹 관계자들이 모여 조문객을 맞았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소원했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신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에야 얼굴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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