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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떠나고 SUV·친환경차 경쟁력 높아진 현대차, 2020년 '정의선 체제' 완성될까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20.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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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들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철수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프리미엄 라인업의 성공과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현대차의 실적도 개선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약속한 'V자 반등'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2020년이 '정의선 체제'를 완성할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유했던 현대차 지분 2.9%, 기아자동차 2.1%, 현대모비스 2.6%를 지난해 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차를 상대로 고배당과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한 엘리엇이 2년 만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한 것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시무식에서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2020년 시무식에서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의 지분을 10억달러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가로막고 고배당을 요구해 지분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해 추진 중이던 현대차그룹 측은 갑작스런 엘리엇의 공격에 결국 개편 작업을 중단했다.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는 지난해 3월에도 이어졌다. 같은달 22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 자리에 현대차의 경쟁사 대표를 대거 추천하면서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 사외이사 후보에 '밸러드 파워시스템'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랜달 맥긴을 추천했다. 밸러드 파워시스템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이끌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라이벌 회사로 경쟁사 대표를 현대차 사외이사에 앉히려 했다.

당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현대차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현대차가 제안한 배당안이 압도적 찬성률(86%) 속에 통과된 것은 물론 현대차가 제안한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선임됐다. 엘리엇 추천 3명은 모두 부결되며 엘리엇의 완패로 끝났다. 결국 엘리엇이 2년 만에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한 것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엘리엇이 철수하면서 정의선 현대차 총괄 수석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친환경차 전환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여러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현 경영진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9년 현대자동차 영업실적. [그래픽=연합뉴스]

정 부회장이 전면적으로 나선 뒤 현대차의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도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부분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05조7904억원으로 사상 최초의 매출 100조 시대를 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684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전년 96조8126억원 대비 9.3% 늘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4222억원과 비교해 52% 증가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글로벌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차 및 SUV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과 미국시장 인센티브 축소, 우호적 환율 영향 등이 수익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높은 SUV 라인업 확장과 주력차종의 신차효과가 맞물리며 성장개선에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작년 미국시장에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 등 SUV 신차가 선전했고, 국내에서는 대표 세단 모델인 그랜저, 쏘나타, K7, K5 등 신차가 인기를 끌었다.

또한 친환경차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한 부분도 긍정적이다. 수소차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전세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경우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비해 한발 늦게 진출했지만 격차를 최소화하며 점점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팰리세이드. [사진=연합뉴스]

SUV를 필두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는 주력차종이 현재를 책임진다면, 수소전기차를 앞세운 친환경 미래차는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 여러 신사업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국내 AS 부품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모비스→현대차→기아차→모비스로 다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모비스 중심의 지배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였다.

증권가에서는 새롭게 추진되는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안이 기존 틀에서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합병 비율이나 구조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대주주를 결집하는 역할을 하던 행동주의 펀드가 사라지면서 개편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개편안은 앞서 발표한 내용에서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 구조개편으로 지주사 체제를 선택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한다. 이 경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중심의 금융계열사들이 독립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정 부회장 부부에게 금융계열사를 넘기고 현대차와는 협력 관계를 이어가면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주사 전환은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도입하려면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금융회사를 정리해야 한다.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하는 최근 자동차 소비 트렌드에 비춰봐도 현대차그룹이 금융사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캐피탈이나 현대카드가 자동차 할부금융 등의 영역에서 현대차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금융계열사 독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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