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넥슨 노사가 게임업계 최초로 임금인상률을 공개하고, 올해 임금을 평균 6.8% 올리기로 잠정 합의했다. 지난해 매각 이슈로 이견을 드러냈던 노사의 관계가 완만해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노사분규가 줄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게임업계 전반에 노조결성 움직임이 활발해 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에 따르면 넥슨코리아 노사는 2020년 총평균 임금인상률 6.8%로 임금협약에 잠정합의했다. 이와 함께 ‘C등급 이하 의무배분 완화’와 ‘중위연봉 최저 인상액 보장’ 등 다양한 합의도 이뤄졌다. 작년부터 진행 중이던 넥슨지티(GT) 단체협약은 넥슨코리아 단체협약에 준하는 내용으로 잠정합의됐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그동안 게임업계에서는 직원들의 임금인상률을 공개한 곳이 없었다"며 "노조 설립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임금협약을 통해 투명성과 평가, 보상에 대한 다양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배 지회장에 따르면 현재 넥슨 노조 조합원은 1500여명이다.

넥슨 측은 업다운뉴스에 이번 노사협상에 대해 "상호 신뢰를 토대로 원만하게 체결되었고 이를 토대로 회사와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배 지회장은 오는 3월께 미국에서 열리는 게임 개발자 대상 콘퍼런스(GDC)에 참석해 넥슨 노조의 성과와 지난 시간의 이야기 등을 알릴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지회장도 함께 참석한다.

배 지회장은 "노조가 강하다고 알려진 북유럽 등에도 게임업계 노조는 거의 없을 정도로, 게임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노동권 불모지 같은 업계"라며 "GDC를 통해 전 세계에 넥슨 노조와 스마일게이트 노조 사례를 알리고 오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게임업계 최초로 임금인상률을 공개한 것이 유의미한 것이라고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게임업계 최초로 노조가 결성된 넥슨에서 임금인상률을 공개하면서  다른 게임사에도 영향력이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넥슨 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등을 내세우며 출범했다. 넥슨 노조 설립 직후 스마일게이트도 노조를 설립했다. 현재 이들은 각각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넥슨지회·스마일게이트지회 소속이다. 또한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 노조와도 협력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게임산업은 노조와 가장 거리가 먼 업종이었다"며 "분명히 주요게임사에서도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업계가 좁은 만큼 다른 게임사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오는 4월 다가오는 총선이 게임업계 노조 결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산업 종사자의 연령대가 2030층인 것을 감안하면 범여권, 특히 진보정당에서 IT업계 노조를 핵심 아젠다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조 결성 움직임이 확산되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대한 논의도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게임업종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 모드'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게임업계에서 노조가 결성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판호규제가 이어지고 각종 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결성된다면 기업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