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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 맡긴 삼성전자, 전문성 대신 '투명성' 택했다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2.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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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삼성전자가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에 이어 이사회 의장까지 외부 인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의장 자리에 앉는 것은 사상 처음이며,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직면한 경영 투명성 문제를 정면 돌파하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사실 박 전 장관의 이사회 의장 가능성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짙다. 삼성전자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2018년 3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박재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내이사 중에서는 김기남 부회장(DS부문장)이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간 회사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냈고, 내부에서 리더십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사회의 선택은 박재완 전 장관이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1일 신임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박재완 사외이사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는 등 ‘경제통’으로 불리지만 정무수석 비서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삼성전자가 영위하는 정보기술(IT) 방면에서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또한 이처럼 이사회의 구성을 급격하게 변경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 등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내부 목소리가 작아진 상황에서 외부 인사인 박 의장이 이사회 소집이라는 막대한 권한을 홀로 쥐고 있기 때문.

회사 측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최윤호 사장(경영지원실장)이 나란히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사외이사의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과감한 경영행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외부 인사인 박 의장이 또 다른 외부 인사인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 위원장과 활발히 소통하며 삼성의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과 철저한 감시를 통한 준법경영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 측에서도 전문성보다는 행정가로서 보여준 리더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3월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해 온 박 의장은 최선임 이사로서 회사와 이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행정가로서의 경험 또한 풍부해 이사회의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내 재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선자가 외부 인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김에 따라,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둔 주요 대기업들이 어떤 인사를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이달 19일 21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신임 의장을 선출해야하는 상황이다. 현대차 역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대표이사 자리만 유지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 또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이사회 의장이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표이사직만 지키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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