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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도시정비사업 ‘클린 수주’ 훈풍...지나가는 바람이 아니길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2.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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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드는 대형 건설사들은 ‘클린 수주’라는 말을 달고 산다. 현장에서는 지난해 11월 과열 수주전 양상으로 인해 정부와 서울시의 특별점검과 검찰수사까지 직격탄을 맞은 한남3구역의 사례를 지켜본 대형 건설사들과 조합이 모두 부담을 느껴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다. 

재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한남3구역 사업장엔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하던 홍보요원들이 사라졌다. 조합은 최초 입찰에서 문제가 됐던 이주비 지원과 특화설계가 빠진 입찰 지침서를 건설 3사에 배포했다. 이어 지난 13일 GS건설이 향후 한남3구역에서 OS요원을 활용한 개별 홍보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걸 기점으로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우고 대림산업은 ‘클린수주 출사표’를 내놨다. 

이처럼 한남3구역에서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이 수그러들었고, 서울시는 지난 17일 고삐를 늦추지 않고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의 불법적인 거래나 불공정·과열경쟁 관행을 막기 위한 선제적 공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21일에는 서울시와 서초구가 공공지원 1호 시범사업장으로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장을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와 서초구, 조합이 전 과정을 협력해 공정하고 투명한 '클린사업장' 모범사례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클린 수주 [사진=연합뉴스]
도시정비사업 클린 수주 [사진=연합뉴스]

 

특히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사업장은 클린 수주라면 승산이 있다며 삼성물산이 1위 브랜드 ‘래미안’으로 5년만에 왕의 귀환을 알린 사업장이다. 조합이 홍보활동지침 준수서약서를 제출하고 클린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클린 경쟁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반포3주구 조합의 입찰마감일은 오는 4월10일이다. 일각에선 “입찰에 참여한 뒤에는 제안서를 기반으로 조합원에게 적극 알릴 수 있지만 그전까지는 구체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남3구역과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장의  ‘클린 수주’ 경쟁은 건설사들과 조합 모두에게 득이 된다. 실제로 한남3구역 입찰에 참여한 A건설사는 “홍보요원 인건비와 향응 제공 등의 편법을 쓰지 않고서 사업제안서에 심혈을 기울여 시공능력을 끌어올리며 브랜드로 승부할 수 있어 자신 있다”고 말했다. 조합 측에서도 “건설사들로부터 작은 이익을 취하기보다 떳떳하게 더 좋은 아파트를 제공받을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는 분위기다. 

이렇듯 ‘클린 수주’ 훈풍이 불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허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도시정비사업은 도시의 정비 구역 안에서 정비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주택과 같은 건축물을 개량하거나 건설하는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주택 재개발 사업, 주택 재건축 사업, 도시 환경 정비 사업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 보면 ‘돈’이 흘러들어와 법과 이성보다 이권과 감성이 지배하는 ‘판’이기에 시공사, 조합, 협력업체들의 이전투구가 펼쳐진다.

역대 어느 정부도 손 쓰지 못한 이 판을 뒤흔드는 현 정부의 노력이 이번만큼은 성공하길 바란다. 조합원들과 건설사 모두를 위해서라도 이번 클린 수주 훈풍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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