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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1600억원대 손실 떠안은 '길거리점포' 특정업체 밀어주기·부당거래 '의혹' 재조명 왜?

  • Editor. 백성요 기자
  • 입력 2020.03.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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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백성요 기자]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1년부터 추진했다가 1600억원대의 손실만 떠안긴 '길거리점포' 사업에 대한 각종 논란이 재조명되며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당시부터 특정업체 밀어주기를 위해 졸속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최근 기업은행이 이 사업과 관련해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일각에서는 김성태 IBK캐피탈 대표이사가 유력한 IBK기업은행 전무이사 후보인 것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당시 해당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미래전략실 실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KT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진행한 '길거리점포' 사업은 1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고, 2017년부터 정리를 시작한 사업이다. '길거리점포' 사업은 기업은행이 KT링커스의 노후한 공중전화 부스 2000대를 임차해 ATM 점포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조준희 당시 기업은행장의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김성태 당시 미래전략실장이 주도했다. 

2013년 10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정문에서 열린 ‘길거리 점포’ 2000호점 달성 기념식 모습. 조준희 은행장(사진 맨 오른쪽)과 최영익 KT링커스 사장(오른쪽 두 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과 KT링커스는 2011년 시범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 1월 10년간 2000억원 규모의 정식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스를 제작하는 큐브인사이트라는 회사를 밀어주기 위해 시대에 역행하는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기업은행이 KT링커스의 공중전화 부스 제작원가를 전액 지불하기로 하면서다. 

KT링커스 자산인 공중전화 부스 제작료를 기업은행이 용역료에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부스 운영을 5년 이내에 중단할 경우 제작원가의 잔존가액도 기업은행이 지불해야 사업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기업은행이 짧은 기간에 2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너무 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조준희 전 행장은 2013년 길거리점포 2000호점 오픈 행사에 참석해 "다른 경쟁 은행들이 고비용 적자 점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기업은행은 그럴 필요없이 아이디어를 냈다"라며 "2000개 점포를 찍었지만 앞으로 더 낼 예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이 2017년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까지 기업은행이 해당 사업에 투입된 금액은 1684억원에 달했고 수수료 수익은 22억원에 불과해 5년간 손실액이 1662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길거리점포 사업은 금융시장의 흐름에 절대적으로 역행하면서까지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누군가의 의지가 반영된 사업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혹은 국책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하락시킨다"라며 "금융당국에게 기업은행 길거리점포 사업에 대한 전반적이고 면밀한 검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지적했었다. 

기업은행에 큰 손실을 안긴 길거리점포 사업은 2017년 김도진 전 행장이 취임하며 정리 수순에 들어가며 잊혀지는 듯 했지만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2인자 격인 전무이사 자리에 김성태 당시 미래전략실장, 현 IBK캐피탈 대표이사가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면서다. 또 한 매체는 당시 기업은행이 부스 제작사에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3일 매일경제TV는 길거리점포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부스 제작사의 대표가 기소중지면서 신용불량자인데도 기업은행이 대출을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대출 과정에서 견적서를 부풀렸다는 것을 기업은행측이 알면서도 눈감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매일경제TV에 "(부스 제작사) 대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KT 전 사장이었다. 상식적이지 않게금 회장이나 행장이 이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줬고 대출도 기소중지면서 신용불량자인데도 대출을 해줬다는게 상식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부스 제작은) 15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면 제작한다. 1500(만원)을 제출해 80%가 나오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는 별도로 돈 안내도 된다. 그래서 (기업은행) 점포 부스 담당하는 차장한테 이야기했더니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의 관계자는 "오래전 사건인데 이런 얘기가 왜 다시 나오는지는 모르겠다"라며 "대출에 관한 건 정당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부스 제작사와는 어떤 계약도 맺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기업은행은 KT링커스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부스 제작사와 직접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계약 과정에서 KT링커스와 함께 조율했으며, KT링커스에 지급된 용역료의 약 60% 정도가 부스 제작사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길거리점포 사업은 이밖에도 많은 의문을 안고 있다. 차기 기업은행장 인선이 한창이던 2016년, 이득준 큐브인사이트 회장과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당시 행장 후보였던 김도진 부행장(당시)과 식사 자리를 갖고, 김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금융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노조는 당사자로부터 제보도 받았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 전 행장은 의혹 속에 취임했고 논란은 확대되지 않았다. 

또 큐브인사이트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013년부터 1년여간 자문위원으로 일한 곳이어서, 길거리점포 사업과 현 전 수석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낙하산 논란으로 27일간의 출근저지 투쟁 끝에 최근 출근을 시작한 윤종원 신임 행장이 오래된 기업은행의 의혹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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