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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스포츠 20년...'T1' 파트오너 된 페이커, 은퇴 게이머의 선택지 넓어지길

  • Editor. 강한결 기자
  • 입력 2020.03.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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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한결 기자] 지난 11일 리그오브레전드(lol)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벤트 매치 '리턴 오브 챔피언스 코리아(RCK)'가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은퇴를 선언한 ‘울프’ 이재완이 샌드박스와 함께 기획한 RCK는 선수 생활을 마친 10인의 프로게이머들이 5대5로 팀을 나눠 3세트로 진행된 이벤트 매치다. 

은퇴 이후 개인방송을 시작하면서 팬들과 자주 소통하던 선수도 있었지만, 은퇴 이후 홀연히 사라진 이들도 오랜만에 얼굴을 비췄기에 팬들의 반가움은 더욱 컸다. 특히 RCK에 참가한 선수들의 면면이 모두 당대를 풍미한 레전드였고, 이들의 발자취가 곧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역사와 다름없었기에 말 그대로 ‘근본’이 충만한 행사였다.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팬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현역 당시의 무결점 실력은 아니었으나,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격언을 그대로 증명한 레전드들의 경기는 lol팬들에게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켰다. 최고 시청자 수 8만명을 돌파한 것을 보면 팬들이 느낀 즐거움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울프' 이재완이 기획한 '리턴 오브 챔피언스 코리아(RCK)'. [사진=샌드박스 트위치 채널 영상 갈무리]

초대 RCK를 기획한 ‘울프’는 인벤과 인터뷰에서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은 많은 무대를 누리지 못해, 은퇴 프로게이머 스스로와 팬분들 모두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결과적으로 ‘울프’가 기획한 RCK는 은퇴 프로게이머와 팬분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든 셈이다.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는 은퇴 이후 개인방송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물론 코칭 스태프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감독과 코치직이 한정된 만큼 은퇴 프로게이머가 갈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한정된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올해 처음으로 치러진 RCK는 e스포츠 업계에 종사하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다. 현역 때와 달리 개인방송을 제외하면 팬들과 만나기 어려운 프로게이머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팬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페이커'는 T1과 3년 재계약을 체결한 동시에 T1의 공동 구단주인 '파트 오너' 자격을 획득했다. [사진=T1 제공]

‘울프’가 기획한 RCK가 팬과 은퇴 선수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만들었다면, e스포츠의 상징이자 T1의 심장인 ‘페이커’ 이상혁은 프로게이머가 은퇴 이후 구단 경영자가 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 '페이커'는 T1과 3년 재계약을 체결한 동시에 T1의 공동 구단주인 '파트 오너' 자격을 획득했다. '페이커'는 2022년까지 T1 구단 선수로 활동하고, 선수 생활이 끝난 이후에는 회사 경영에 참여해 글로벌 사업 및 e스포츠 선수 양성 등을 이끌게 됐다.

프로게이머가 은퇴 후 프로게임단 구단주 자격을 갖거나 관련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일은 그동안 몇 차례 있었지만 글로벌 e스포츠 기업의 주주이자 파트 오너로서 경영 참여를 하게 됐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태동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e스포츠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동안 수많은 업계 종사자들은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 프로게이머들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고,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마친 프로게이머들이 갈 수 있는 길은 여전히 한정적인 편이다. e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될수록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프로게이머에게 다양한 선택의 길이 주워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 LCK 2부리그 격인 lol 챌린저스 코치로 활동한 관계자는 "2부리그 선수들은 은퇴 후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한 팀에 있던 선수가 은퇴 후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것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SKT T1 왕조를 이끌었던 '울프'와 '페이커'는 은퇴 선수들이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lol 레전드들의 이같은 행보가 은퇴한 선수의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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