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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퀀텀점프 필요한 '배터리·정유' 총체적 난국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3.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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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주력사업인 정유 외에 배터리 등 사업다각화를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해 온 SK이노베이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주요 산유국의 추가감산 합의 불발로 유가가 하락하고 주요 교역국가의 수요 감소가 이어져 퀀텀점프가 필요한 배터리 사업에서 자칫 자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감산 합의에 실패하자 국제유가가 폭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업계는 1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사진=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업계는 미리 사둔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한다. 제조원가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90%가량으로 절대적인 만큼 유가 폭락시 수천억원 대의 손실을 보기도 한다.

또한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각종 비용(운송비, 운영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수익성과 유동성을 좌우하는데 코로나19로 공장이 멈추고 국제 이동이 줄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국내 정유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 업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그간 사업다각화와 신성장동력을 얻고자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했던 SK이노베이션이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로 현금창출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6% 감소한 1조269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49조8765억원, 657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8%, 96.1% 줄었다. 

석유사업의 정제마진 악화와 화학사업의 제품 스프레드 하락 등으로 주력 사업들이 맥을 못 추는 사이 화학사업에서 약 7000억원, 윤활유 사업에서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업다각화가 결실을 보며 1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5년 말 3조5152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7190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지표도 1.2배에서 3.1배로 높아졌다. 신용평가업계의 주요 등급하향 트리거(순차입금/EBITDA 3배 초과)에 든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S&P는 이미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국제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0'로 낮췄고, 무디스 또한 신용등급 'Baa1' 전망을 '부정적'으로 교체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증권가에선 "더 큰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사업다각화와 신성장동력 창출로 선택한 배터리 사업에 막대한 공을 들인 것이 이 시기에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사업은 지난해 신규 수주에 따른 공장 증설, 연구개발 확대 속에서도 2018년 연간 영업손실(3175억원)보다 소폭 개선된 영업손실 3091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삼성SDI보다 뒤늦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특히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공장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7.5GWh), 중국 창저우 공장(7.5GWh)은 올해 가동 예정이다. 지난해 5월엔 중국 내 두 번째 공장을 짓기 위해 58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또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 EVE에너지와 옌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생산량 수준은 20~25GWh가 될 예정이다. 

이어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해 조지아주에 1조원을 들여 9.8GWh 규모의 제 2공장을 짓는다. 지난해 3월 1조9000억원을 투자한 1공장 착공에 들어간 지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포된 상황에서 교역 상대국의 입국 제한 등으로 인해 인력 운용에 문제가 생기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판매가 감소하고 배터리 공급이 주는 등 잇따른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앞에 닥친 또 하나의 악재는 LG화학과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2조원을 들인 미국 공장의 운영이 힘들뿐더러 미국에서의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당초 SK이노베이션은 합의를 통해 이르면 1분기 내 소송전을 마무리하겠단 의지를 보였다.  LG화학 역시 합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기업 간 소송전을 조기 종식하고 글로벌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LG화학의 미국 내 소송 대리인의 국내 입국이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로 늦춰지면서 일정이 꼬였다. 

증권가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 1년 사이 37.4% 떨어졌다"며 "정유사업 업황 때문에 당분간 주가 전망이 밝지 않고 원유 정제 마진이 반등하지 않는 한 실적 개선이 어려워 당분간 배당금 상승은 힘들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1월 5785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회복되지 못한 채 지난달보다도 10.1%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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