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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 면세점들 사면초가...쪼개진 임대료 해법, 부각되는 '지원 사각지대'
하늘길 면세점들 사면초가...쪼개진 임대료 해법, 부각되는 '지원 사각지대'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0.03.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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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직격탄을 맞은 공항 면세점들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들고 나는 하늘길이 점점 막혀가는데 생존을 위협하는 임대료를 전체적으로 감면해달라는 호소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위기감이 더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포공항 면세점들이 전격 휴점에 들어가는 등 면세업계의 영업중단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임대료 해법이 대기업·중견, 중소 면세점으로 나뉘어 유예와 감면으로 분절화되면서 지원의 실효성과 ‘역차별’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등 혼란도 커졌다. 이에 면세업계에서는 ‘지원 사각지대’에 내몰렸다고 거듭 토로하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이 휴점에 들어간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이 휴점에 들어간 12일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내 롯데면세점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 면세점들의 매출이 80%가량 감소하면서 3월 한 달에만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같은 급락을 지켜보는 협력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재기하기 어려운 면세업계의 특성상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도미노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면세업계의 위기는 당장 김포국제공항에서 실감할 수 있다. 국제선 운영이 마비되자 김포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이 모두 눈물의 휴장을 결정했다. 신라면세점까지 21일 김포 국제공항점 영업 중단에 들어갔다. '임시 휴점' 형태를 취한 신라면세점은 상황을 지켜본 뒤 오는 29일 다시 문을 열지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부터 김포휴점에 들어갔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은 하루 평균 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하지만 중국이 사실상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일본과 대만으로 가는 국제선 운항 편수가 급감하면서 매출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무기한 휴점을 시작하기 직전에는 하루 매출 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의 상황은 규모나 파급력에서 매우 심각하다. 인천공항이 개항 이래 최저 이용객을 기록하면서 면세점의 상황도 급격히 악화됐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평소 인천공항의 한 달 매출은 2000억원, 임대료는 8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3월 매출은 400억원으로 80%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평균 100억원 적자를 기록하던 인천공항 면세점의 손실은 이달에만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장 사장,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등은 지난 12일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면세업계의 고충을 전하며 임대료 감면을 재건의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임대료 인하 대상에서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임대료의 91.5%(9846억원)를 담당했던 대기업은 제외돼 ‘역차별’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18일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업종별 긴급지원방안2'에서 대기업 면세점은 3개월간 납부유예(무이자)만을 받게 된 것이다. 중소 면세점 두 곳만 이달부터 6개월간 25%의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게 됐다.
 
정부는 대기업보다 더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소상공인에 한정된 재원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공사의 이익이 곧 국가의 재정인 만큼 정부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기업 패싱’ 논란을 부른 지난달 공공기관 임대료 인하 지원안 발표에 이어 내놓은 추가 지원책도 중소기업에만 국한한 임대료 감면, 3개월 임대료 유예에 그치자 허가제 산업 특성상 정부·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면세점업계가 이례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16일 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사진=연합뉴스]

업계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부족한 중견·중소업체는 더욱 힘든 상황에 몰렸다. 
  
인천공항 중소중견기업연합회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3월 예상 매출 대비 임대료 비중이 200% 이상으로 버티기 힘든 현실"이라며 인천공항공사에 최대 6개월간 영업요율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등 임대료 인하나 휴업 시 임대료 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정부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도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면세업계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서 면세업이 제외되면서 고용유지도 힘들어지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광면세업은 관광진흥법에 속하고 매출 대비 특허수수료를 납부하며 그 중 관광진흥기금으로 50%를 납부하고 있는데도 면세업이 제외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료 납부를 지속해서 요청할 경우 위약금 때문에 사업권 반납도 할 수 없어 사면초가"라며 "현재 상황이 하반기까지 지속한다면 신규 사업권은 물론 기존 운영 중인 사업권에 대한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면세업황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면세점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불안도 더불어 확산하고 있다. 무급휴직 형태를 취할 수 있는 면세점 정규직원과 달리 계약직 협력업체 직원은 고정비용 절감을 위한 해고나 단체 계약해지 등 구조조정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선 직원 인건비, 매장 운영비 등 기타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천공항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인천공항 면세점 협력사 근무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면세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면세업체들의 자구책이 등장했다"며 "결국 이러한 비용 절감의 희생자는 협력업체"라고 주장했다.
 
영업시간이 줄면, 물건을 판매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이 줄어들게 되는 만큼 인천공항공사 측이 제시한 영업시간 단축이 결국 협력업체의 고용안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 청원인은 "면세산업에 연관된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며 정부에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촉구했다.
 
이같은 도미노 위기감이 팽배해지는 가운데 면세업계에서는 신종인플루엔자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천공항이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모두 임대료를 10% 인하해줬던 2009년 지원 사례를 근거로 임대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