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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악재로 어수선한 재계, '비상경영' 돌입한 대기업 총수들
코로나發 악재로 어수선한 재계, '비상경영' 돌입한 대기업 총수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03.2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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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재계도 삼킬 기세다. 일일 확진 환자가 줄어들 듯 줄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기관, 영업장, 종교시설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은 모두 멈춰 섰다. 이런 가운데 재계 역시 공장 가동 중단, 실적 하락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 총수들은 저마다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화상 지시, 현장 경영 등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회사가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았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코로나 시국에서 발 빠르게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현장을 돌며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이달 3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25일에는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았다. 이달에만 세 차례나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현장 경영을 했다.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신기술 연구·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차세대 미래 기술 전략을 점검한 이 부회장은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 한계에 부딪쳤다 생각될 때 다시 한 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당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들림 없이 도전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가 예측불허 상황에 접어든 상황에서 주변 환경에 동요하지 않고 전진함으로써 경쟁 그룹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아산1캠퍼스에 세계 최초 QD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인 ‘Q1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제2공장(X2)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지난 10일 제품 출하식을 열고 5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전용라인(V1)을 가동했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는 하지 않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TF의 역할이 국내 사업장의 안전은 물론, 해외 사업장의 예방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격차’를 위해 진군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부인 반도체는 유럽과 미국의 장비업체들이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또한 삼성전자는 23일부터 TV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의 가동을 1주일간 중단하는 등 해외 가전공장도 초비상 상태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위기 상황일수록 움츠러들지 말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기아차 제공/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생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감염 예방을 위해 시행해온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멈추고 유연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위기감이 커지면서 현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중국을 뺀 거의 모든 해외 공장들이 ‘셧다운’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18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유럽 공장도 코로나19 확산으로 2주간 문을 닫기로 했다. 남미에 있는 현대차 브라질 상파울루공장도 다음달 9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인도에 있는 현대차 첸나이 공장 역시 이달 말까지 생산을 멈추고, 기아차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공장도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임원진을 모아 그룹 경영 전반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280억원 어치를 매입하며 코로나 위기 속에서 책임 경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금융·주식시장의 불안정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활동이다”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 오전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SK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4일 계열사 CEO를 소집해 코로나 시국에서 위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날 화상회의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소외된 조직이나 개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이 더욱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관계사들이 기존 관행과 시스템 등을 원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SK 주력 계열사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국제 유가 폭락으로 원유 재고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생산 차질에 LG화학과 법정공방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핵심 장비 업체가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산에 제동이 걸릴 위기에 직면했다.

최 회장은 “우리에게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DNA가 있는 만큼, 희망과 패기를 갖고 맞선다면 오늘의 시련은 또 다른 성장과 성숙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임직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 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연합뉴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계 간담회’에서 소재·부품 국산화·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 부품 조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 전략을 재점검하면서 코로나19 피해를 줄이는 데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LG 계열사의 공장도 생산을 멈췄다. LG화학은 다음달 13일까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의 배터리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24일 미시간주는 핵심 업무 종사자를 제외한 모든 주민들에 대해 3주 동안 집에 머물게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대부분의 공장들도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3사는 베트남 정부와 협의해 이달 30일 250여명의 엔지니어들을 전세기로 현지에 보낼 예정이다. LG전자 소속 엔지니어들은 휴대전화와 자동차 부품, 생활가전 등 신제품 개발과 생산을,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모듈 공정을 각각 지원한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 스마트폰 부품 개발과 생산 지원을 위해 직원들을 파견했다.

1차 투입 후 LG는 조만간 다시 전세기를 띄워 2차 인력을 베트남으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24일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룹 전 계열사들이 국내외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도 위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가 더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의 비즈니스 전략을 효과적으로 변화시켜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비상경영을 소집한 것은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이후를 철저히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1월 중순 코로나 대응 TF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최 회장을 포함한 임원 51명이 23일까지 총 26억원 규모 1만6000주의 주식을 매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케미칼·포스코ICT·포스코강판·포스코엠텍 등 상장 5개사의 포스코그룹 임원 89명도 포스코인터내셔널 7만4000주, 포스코케미칼 1만5000주 등 각자 소속된 회사의 주식 총 21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포스코그룹 측은 “임원들의 회사 주식 매입은 전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회사 주식이 과도한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고자 진행했다”며 “동시에 회사 주가 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