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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새로운 길' 들어선 유통업계, 코로나19 이후 '격변' 대비해야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0.03.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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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여행업계는 올해 1분기 발표할 실적 자체가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83% 넘게 빠지면서 하루에 여행사 3곳이 문을 닫는 실정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은 조기 폐점과 휴점을 반복하면서 3월에만 40%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체감상 글로벌 외환위기 때보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 같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3개월 차를 맞은 가운데 유통업계가 최악의 1분기를 맞았다. 업계 종사자들이 올해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다.

25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행사·면세점은 아예 존폐 기로에 내몰렸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사태로 인한 적자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여기에 외교부가 지난 23일 전 국가·해외 지역 여행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아웃바운드(내국인 해외여행) 업계 1·2위 하나투어·모두투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기 폐점과 휴점을 반복한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은 3월(1~15일) 들어 전년 동기 대비 30~40% 수준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집단 감염 우려로 모객을 노린 오프라인 판촉은 꿈도 못 꾸는 처지다.

더 큰 문제는 수개월 간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으로 기업의 기초 체력이 빠지고, 업계가 외면해온 고질적 약점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바이러스라는 돌발 변수의 영향력이 2,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내며 올해 반등이 필요한 유통업계 입장에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업계 내부에선 여러 사업장에서 진행 중인 강제 무급휴직·연차휴가 사용 등이 구조조정 연장선에서의 인력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지난해 두 번의 분기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삐에로쑈핑’, ‘일렉트로마트’, ‘부츠’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으며, 일부 기업에선 생존을 위해 상시적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론 기업이라고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자구책 강도를 더 높인 업체 중 자본력을 갖춘 곳은 해외 현지 안전 점검 및 시스템 개발, 옴니채널 확대 등 그간 미뤄왔던 서비스 개편에 착수했다.

롯데그룹 유통사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ON [사진=롯데쇼핑 제공]

하나투어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을 개선하기 위해 400억원의 자금과 개발인력을 투입해 차세대 플랫폼 '하나허브'를 기획하고 있다. 여행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상품, 콘텐츠를 하나투어 패키지 플랫폼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급변하는 여행산업 실정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유통 대기업들은 소비시장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을 인정하고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2018년 e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하며 약 3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마트·홈쇼핑·롯데닷컴·하이마트·슈퍼·롭스 등 7개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한 데 모은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쇼핑몰 ‘롯데온(ON)’의 정식 론칭을 기점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각 기업의 혁신 작업이 기대하는 것만큼의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익스피디아, 트립어드바이저 등 글로벌 OTA 기업이 여행 산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나섰으며, 오프라인 쇼핑의 경우 인프라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와 관리형 오픈마켓을 이커머스업계의 '표준'을 만든 업체들이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야기한 대면 기피와 소비위축 현상이 기존의 소비 성향과 트렌드를 뒤바꾸면서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이미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며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만이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게 코로나19는 잠시 소비자의 발길을 끊는 악재가 아니다. 비대면 소비 확산의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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