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마음 급한 두산중공업, 산은·수은과 합의도 전에 1조원 대출 약정 공시...자구책 마련도 미흡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3.27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해는 짧은데 갈 길은 먼 '일모도원'의 처지에 놓인 두산중공업이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 승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내부 결정만으로 1조원 대출을 공시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서둘러 정정공시를 냈으나 해당 국책은행과 주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까지 포함한 강력한 자구책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위기 극복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26일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맺었다고 공시했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금번 대출을 발판 삼아 당초 계획하고 있었던 재무구조 개선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두산중공업은 빠른 시일 내 재무구조 개선활동을 마무리하고 금번 대출금액을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사진=연합뉴스]
두산중공업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두산중공업의 이 발표는 국책은행과 채권은행들의 대출 승인 없이 그룹사와 내부 결정만으로 1조원 대출을 공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27일 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에 대한 대출 5000억원을 승인할지 논의할 계획이었다.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지 구두로라도 계획을 들어본 후 여신위원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그대로 공시하는 바람에 여신위원회도 서두르게 됐다며 불만을 터트린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두산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역시 곤란해진 것은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공시 사실을 알리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산으로부터 두산메카텍을 현물출자 받아 자본을 확충하고, 고정비 절감을 위해 최근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자구노력을 이행하고 있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이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두산중공업이 국책은행들의 여신위원회에서 대출을 승인받은 후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마저 깨고 그대로 공시하는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은행권의 불만을 접한 두산중공업은 26일 밤 서둘러 정정공시를 냈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산업은행 및 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맺었다고 26일 공시했다"에서 "두산중공업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과 1조원 규모의 차입신청 및 계약체결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였다고 26일 공시했다"로 정정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책이 마련됐다 해도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여신위원회를 설득할만한 수준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자칫 이번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의 자구책도 없이 대출을 내주기도 힘든데다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주채권은행에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자구책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책은행들 역시 주식과 부동산 담보 외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계열사 매각 계획 등 자구책에 대한 요구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27일 정부 부처들의 산업경쟁력강화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와 은행권에서는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자회사로 완전합병하기 전까지 쏟아부었던 1조9000억원의 자금과 탈원전에 따른 경영 위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친 현 상황이 두산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