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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내려놓은 구현모 KT 대표, 박윤영 사장과 '투톱 시너지' 발휘할까
권위 내려놓은 구현모 KT 대표, 박윤영 사장과 '투톱 시너지' 발휘할까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03.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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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회장 중심의 1인 체제를 뛰어넘어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3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KT 대표로 정식 선임된 구현모 KT 신임 대표이사(사장)의 취임 일성이다. CEO로서 권위를 강조하기보다는 이사회 이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의지다. KT가 회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됐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 시대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구현모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3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KT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구 대표는 2023년 정기 주총일까지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재직한다.

구현모 KT 신임 대표이사가 30일 주총장에서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구 대표는 KT가 2002년 민영화된 이후 처음으로 낙하산 꼬리표를 떼고 내부에서 수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간 KT는 오너가 없는 지배구조 탓에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에 KT는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한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회장 직급을 없애며 ‘대표이사 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바꿨다. 지배구조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KT는 구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을 신규로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사내·사외이사 중에서 눈길이 가는 인물은 박윤영 KT 기업부문장 사장(사내이사)과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사외이사)이다. 이들은 지난해 KT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최종 후보 9인에 포함되며 이목을 끌었다. 구 대표 입장에서는 CEO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였던 라이벌이었던 셈이다.

지휘봉을 잡은 후 경쟁자를 내쳤던 과거와는 다르게 구현모 사장은 이들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오직 회사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CEO로서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름다운 공존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박윤영 사장은 지난해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구 대표와 함께 최종 3인에 오른 유력 후보였다. 구 대표가 CEO에 내정된 뒤 박 사장의 거취가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구 대표는 자신이 직접 추진한 인사에서부터 파격 행보를 보였다. 박윤영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복수 사장 체제를 도입했다. KT 역사상 처음으로 ‘투톱’ 체제를 구축한 것. 이번에 박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박윤영 KT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 사장은 SD부문 기술개발실장(2010~2012년), Convergence연구소장(2013년), 미래사업개발단장(2015년), 기업사업부문장 및 글로벌사업부문장(2019년) 등을 두루 거쳤다. 그는 2018년 가장 큰 이슈였던 국가 재난망을 수주를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5G B2B 전략을 수립하며 내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내부에 적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조용한 카리스마로 성과를 내는 인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주총에서 “지배구조 독립성과 안정성을 높여 경영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회장 중심의 1인 체제를 뛰어넘어 최고경영진 간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총 직후 사내 방송을 통해 발표한 취임사에서는 “KT그룹을 외풍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 기업, 국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 기업, 매출과 이익이 쑥쑥 자라는 기업, 임직원이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도약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빠르고 유연하게 제공하기 위해 스스로 바꿀 것은 바꾸자’는 내부 혁신을 통해 KT의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사업 질을 향상하자”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5G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다른 산업 혁신을 이끌고, 개인 삶의 변화를 선도하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자”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