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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소불위' 고객리뷰, 최소한의 도덕률은 있어야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0.05.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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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정가로 판매하는 사이드 메뉴를 무료로 달라고 요구하더니 이를 거부하자 평점 1점을 줬다."

"음식에서 염색모가 나왔다며 50배 보상을 요구했다. 직원 중 아무도 염색한 사람이 없다고 말하자 리뷰 페이지에 '평점 테러'와 함께 욕설이 올라왔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을 통해 식당을 운영 중인 점주들의 토로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의 확산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한 거래가 일상화됐다. 그중에서도 국내 배달앱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폭풍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10조원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이와 함께 리뷰를 볼모로 '갑질'을 하는 블랙컨슈머(악성을 뜻하는 블랙+소비자인 컨슈머)에게 피해를 보는 영세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입소문에 매출이 좌우되는 자영업자들에게 리뷰어는 '슈퍼갑'인 현실이다. 

부당한 사유로 별점테러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배달앱 점주들 [사진=배달의민족 갈무리]
부당한 사유로 '별점 테러'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배달앱 점주들 [사진=배달의민족 갈무리]

2010년 이후 소비 시장에서 리뷰의 힘은 강력해졌다. 비대면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상품정보를 확인하려는 소비자의 욕망이 크기 때문이다. 리뷰는 광고 및 상품 상세 페이지 정보와 다르게 나와 동일한(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매한) 입장의 소비자가 작성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소비자는 리뷰어가 기업이나 업자가 감추려는 '마이너스 포인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믿는다. 

이에 기업들 또한 리뷰 서비스를 적극 활용했다. 소비자 리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범주화하고, 리뷰를 바탕으로 광고나 바이럴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당신이 쓴 소중한 사진리뷰 한 장이 다른 이들의 성공적인 한 끼를 만든다'며 포인트 지급 이벤트를 전개, 리뷰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그 결과 무분별한 갑질을 일삼는 블랙컨슈머에게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체와 달리 대응 메뉴얼이 마련되지 않아 상당수의 자영업자는 이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받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악성 민원에 대한 잘잘못을 가려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관련 기관에 신고돼 조사나 영업처분, 행정처분을 받는 리스크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달앱이 진행한 리뷰 작성 참여 독려 이벤트 [사진=배달의민족, 요기요 제공]
배달앱이 진행한 리뷰 작성 참여 독려 이벤트. [사진=배달의민족, 요기요 제공]

5년째 배달의민족을 통해 영업 중인 한 자영업자는 "리뷰를 쓰겠다고 약속한 소비자가 '먹튀(먹고 튀기)', 정품 지급 요구 등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자영업자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 민원을 제기하면, 리뷰 서비스를 지급하지 말고 현재는 없어진 단골쿠폰 서비스를 활용하라는 배달의민족의 태도"라고 말했다.

물론 배달의민족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 단골쿠폰 서비스 또한 정량화되지 않은 리뷰 보상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분쟁을 줄이기 위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돈을 주고 가짜 리뷰를 쓰게 한 입점 업체들을 적발, 경찰에 고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배달앱 강자 요기요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 허위 포토 리뷰를 걸러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돈을 내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리뷰를 미끼로 부당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보복성 악플을 남기는 것을 막을 마땅한 명분과 기준이 없다.

결국 리뷰문화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도덕률'이다. 경쟁이 치열한 소비시장에서 자신이 리뷰가 다른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만큼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선 리뷰가 본래 목적인 정보공유 목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재미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 이슈를 위한 악성적인 허위 리뷰가 자영업자의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더욱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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