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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컬래버 명가' 할리스·스파오...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
[포커스] '컬래버 명가' 할리스·스파오...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0.05.16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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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가심비'가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재미없고 식상한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 한번 사로잡지 못하고 그대로 사장된다. 이에 유통업계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바야흐로 협력의 시대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은 단기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협업의 산물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별 고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제품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 치열한 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 브랜드들이 있다. '컬래버 명가'로 불리는 카페프랜차이즈 할리스커피와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가 그 주인공이다.

할리스커피x하이브로우 라이프스타일 잇템 3종 이미지.  [사진=할리스커피 제공]

◆ 할리스커피, 영업 지장 초래한 '하이브로우 캠핑의자'...새벽 대기 줄에 리셀러까지

'하이브로우 여름 프로모션 굿즈 품절/재입고 미정'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할리스커피 매장 앞에 붙은 문구다. 매장 안쪽에선 캠핑 굿즈 재고 여부를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 할리스커피가 감성 아웃도어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손잡고 여름 프로모션 굿즈를 선보인 뒤 벌어진 풍경이다. 

할리스커피를 운영 중인 점장 A씨는 "품목과 무관하게 1만원 이상 구매하면 라이프스타일 잇템(it item)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보니 새롭게 출시한 굿즈를 사기 위해 평소보다 3배 이상의 손님이 오전 시간에 카페를 방문했다"면서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문의 전화만 120통이 넘는다. 다른 업무를 보기 어려운 정도라 전화선을 뽑아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캠핑 굿즈는 매장별로 할당된 수량이 많지 않다. 우리 매장만 해도 열댓 개 정도의 수량만 들어와 프로모션 첫날 오전에 모두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할리스커피와 하이브로우가 협업해 선보인 '파라솔+의자세트', '빅쿨러백', '폴딩카트'를 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매장 앞에서 대기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순식간에 동난 제품은 2~3배 가격으로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거래되고 있다. 

할리스커피 2020 플래너 세트 [사진=할리스커피 제공]
디즈니와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한 할리스커피 2020 플래너 세트. [사진=할리스커피 제공]

할리스커피는 하이브로우와 협업을 통해 소비는 더이상 ‘다다익선’이 아니라 최적의 만족을 위해 밸런스를 꼼꼼히 따지는 '밸런스익선'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 컬래버 명가 중 하나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디즈니와 합작해 선보인 '할리스커피 2020 플래너 세트'는 2019년 플래너 제품 대비 3배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초콜릿 브랜드 '몰티져스'와 업계 최초로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카페 시장에서 트렌디한 공동작업으로 신규 고객 유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할리스커피는 매년 트렌디하고 다양한 취향의 고객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여러 제품들과 컬래버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러 브랜드와 활발한 컬래버를 통해 차별화된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브랜드간 좋은 시너지를 공유하고,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랜드 스파오 '기생충' 협업 상품. [사진=스파오 제공]

◆ 스파오, 해리포터에서 기생충까지...IP 컬래버로 세상의 모든 '덕후' 공략 

스파오는 지식재산권(IP)을 패션에 결합하면서 패션업계 대표 컬래버 명가로 입소문을 탔다. 디즈니, 해리포터, 펭수에 이어 올해는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영화 '기생충' 등 콘텐츠와 협업하며 패션 아이템에 스토리를 더했다.

기생충과 협업에 나선 스파오는 단순히 캐릭터를 의류에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상징적인 소품들과 대사들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했다. 패션 브랜드가 기존에 선보인 컬래버와 차이를 보인다. 1차 출시된 제품만 티셔츠 9종, 다이어리 1종, 핸드폰 액세서리 3종, 에코백 3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스파오 관계자는 "(그간 협업 제품 기획을 위해)고개들이 캐릭터의 이야기 중 공감되고 위로가 되는 것들을 살리는 힘을 길러왔다. 이는 캐릭터뿐 아니라 다른 콘텐츠에도 즉각 적용이 가능하다"며 "패션 트렌드가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기에 스파오도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오 강남점 [사진=이랜드 제공]
스파오 강남점 [사진=이랜드 제공]

결국 컬래버레이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력과 속도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발굴해 다른 브랜드보다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실제 이번 협업은 지난 2월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쏟아진 고객들의 요청을 반영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트렌디한 패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파오는 '셀(Cell) 조직'을 구성해 현업 효율성을 강화했다. 빠르게 변하는 협업, 상품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적극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불필요한 보고 체계를 없앴다. 기존 BU(비즈니스유닛)장을 없애고 팀장이 대표에게 직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의사결정 속도도 단축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올해까지 스파오는 컬래버 상품으로만 누적 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장수로는 800만장에 달한다.

유통업계 업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만큼 이종업종 간 협업을 통한 공동마케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의성 없는 컬래버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유명 브랜드나 셀러브리티의 인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동시에 반영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협업 제품이 선택을 받는 감성소비의 시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