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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존망론' 불러온 LG화학 신학철號...'안전불감' 꼬리표 뗄 '기본 중 기본'은?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5.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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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LG화학 국내·외 사업장에서 연이어 폭발 사고가 일어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7일 인도공장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일어나 국제적인 안전 이슈를 부른 데 이어 19일에는 충청남도 서산 대산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화재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를 냈다. 잇따라 사장자를 낸 두 사고 모두 14년 만에 '뉴 비전'을 발표하면서 발생해 혁신을 추진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다짐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됐다.

급기야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대산공장 사고현장을 급거 방문해 연이은 사고에 대해 그룹총수로서 처음 사과하고 경영진의 엄중한 책임 통감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구 회장이 "사업의 성패를 떠나 안전·환경은 기업이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중 기본"이라고 강조하면서 LG화학의 안전의식과 작업환경에 대한 원천적인 진단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지난 7일 디지털생중계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내용의 LG화학 새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지난 7일 디지털생중계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내용의 LG화학 새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LG화학 제공]​​​

지난 7일 LG화학은 ‘화학’을 뛰어넘어 ‘과학’을 기반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한 ‘뉴 비전’을 선포하는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신학철 부회장 및 각 사업본부 대표 임직원이 패널로 참석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LG화학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학을 인류의 삶에 연결합니다’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LG화학이 올해 1분기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사용량 가운데 27.1%를 차지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잔칫집과 같은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같은 날 인도에서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주민 12명이 사망했다. 뉴 비전 선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위 등극 등의 뉴스는 묻혔다. LG화학은 사고 현장에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현장 지원단을 파견하고 인도 현지에서 유가족 및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200여명의 전담 조직을 만드는 등 사고 수습에 나섰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 LG화학 촉매센터 촉매포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촉매 생산 공정에 따른 촉매제 이동 중 지나친 압력으로 폭발이 발생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는 지난 1월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LG화학에서 올해에만 1월 1회, 5월 2회 등 총 3차례 폭발사고가 났다. 경영진은 매번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번번이 공허한 메아리가 된 셈이다.

19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소 안전을 중시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 방향과도 대비된다.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임직원의 안전과 글로벌 사업장 가동 현황을 매일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다. 특히 임직원 안전에 대해 조직과 최고 경영진이 세세히 살펴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일 헬기편으로 사고 현장인 대산공장을 찾아 “최근 잇따른 안전·환경 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 품질사고 등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환경은 사업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중 기본”이라며 “CEO들이 실질적인 책임자가 돼 안전·환경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한 순간의 안전사고가 순식간에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기업 존망론'을 짚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에 따라 신학철 부회장으로서는 '뉴비전'보다 '기본 중 기본'에 대한 엄중한 진단과 대책이 더 시급하고 절실해진 형국이다.

불과 2주 사이에 잇따른 두 건의 국내외 대형 사고는 LG화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류의 삶을 과학에 연결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뉴 비전을 선포한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신학철호(號)' LG화학의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지난해 1월 구 회장이 외부에서 발탁해 LG화학 최초의 CEO에 오른 신학철 부회장이 ‘안전불감’ 꼬리표가 따라붙는 LG화학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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