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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페트병도 투명해지는데 '깜깜이 구인' 언제까지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0.05.29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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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지난해 12월 칠성사이다가 페트병 제품을 무색으로 바꿨다. 35년 만이다. '필환경'이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제품의 상징성까지 포기해가며 속을 훤히 드러냈다. 이처럼 시장의 인식이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깜깜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곳이 있다. 바로 구인·구직 시장이다. 

"계약서상 연봉이 구인 공고 내용과 다르다."

"급여는 회사내규를 따른다며 수습기간 10개월 동안 70%만 지급한다."

공채 시즌이면 구직자들에게서 이러한 토로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는 물론, '가족 월수입'과 '주거(자가·전세·월세)'까지 기재하라고 요구하는 회사가 정작 자사의 연봉과 복리후생 제도에 대해선 함구하는 행태에 불만을 표한다.

2020년 기업 신규채용 공고 화면(위)과 구직관련 설명을 듣고 있는 취업 희망자들. [사진='사람인' 갈무리, 연합뉴스]
2020년 기업 신규채용 공고 화면(위)과 구직관련 설명을 듣고 있는 취업 희망자들. [사진='사람인' 갈무리, 연합뉴스]

연봉은 경제활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다. 그렇다 보니 회사의 연봉 수준을 알지 못한 채 깜깜이 희망연봉을 적는 구직자들은 남들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안 그래도 좁은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이 됐다는 점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62개 기업(대기업 32·중견기업 71·중소기업 159)을 대상으로 2020년 신입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올해 신입 채용계획은 3분의 2가량 취소되고, 채용규모도 44% 줄었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인업체와 구직자 간 권력 구조는 더욱 수직적으로 변했다. 면접장에서 연봉과 복리후생 제도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 전형에서 관련 정보를 안내한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실제와 차이가 있는데다 각종 수당, 연말 상여금, 교통비 등 복리후생 정보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가 기업들에 연봉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지만, 필수사항이 아니다 보니 지키는 곳은 많지 않다. 일각에선 기업의 기밀사항인 임금 정보 공개를 강요하는 것은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한 개입이며, 채용 관련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봉 비밀유지 원칙이 기업의 입장에선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깜깜이 면접은 '돌취(돌아온 취업준비생)'을 증가시킨다.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구직자와 채용을 재개하는 기업 모두 비용을 치르게 한다. 

취업시장 정보 불균형 문제가 화두에 오른 지도 십수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회사내규에 따름'이란 만능 문구가 구직 현장 곳곳에서 보인다. 면접에서 연봉을 묻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구직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취업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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