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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노동자 고공농성 해제, 이재용 대국민 사과 뒤 첫 성과…삼성의 또 다른 '사회적 행보'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5.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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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29일 고공 농성을 끝내기로 삼성 측과 합의하면서 이와 관련된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그간 회사에 제기된 여러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지 23일 만에 나온 첫 성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이어 삼성과 당사자, 시민단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함으로써 난제가 해결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

김용희 씨는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한 직원으로, 경상남도 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회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고공 농성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 [사진=연합뉴스]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온 김씨는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시기에 맞춰 지난해 6월 3일부터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어 6월 10일 서초사옥이 보이는 강남역 철탑 위로 올라가 이날까지 300일 넘게 고공 농성을 벌여왔다.

김씨와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는 삼성의 사과와 해고 노동자 명예 복직, 해고 기간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해 왔다. 김씨와 삼성 측은 그간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하다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진전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사는 김용희 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면서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씨와 합의점을 계속 찾았다고 밝힌 삼성은 "김용희 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회견에서 김씨 문제를 에둘러 언급하기도 했다. “그간 삼성 노조 문제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노사 화합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시민사회가 기업 스스로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며 외부 질책과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용희 씨 농성 종료 합의가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밝힌 의지를 담은 구체적인 첫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날 합의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2018년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 기흥사업장 노동자 황유미 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다.

당시에도 현재 준법감시위 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조정위원회를 이끌어 사과문을 포함한 중재안을 조율했고, 반도체 담당 김기남 대표이사가 중재 판정 이행 합의 협약식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분쟁이 마무리됐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의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의 입장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삼성에 대한 사회의 기대를 고려해 대승적 차원으로 해결 의지를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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