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33년만에 참회…민갑룡 경찰청장, 고 이한열 어머니 찾아 경찰 대표로 사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0.06.10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33주기 추모식이 이한열기념사업회 주최로 연세대 신촌캠퍼스 '한열동산'에서 열린 가운데 민갑룡 경찰청장이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경찰을 대표해 사과했다.

민갑룡 청장은 9일 정복 차림으로 추모식 행사 시작 전 내빈들에게 인사한 뒤 배 여사에게 다가가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도 참회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 주시니 저희가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청장이 이한열 열사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17년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자리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숨진 고 백남기 농민,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와 함께 이한열 열사를 언급하며 사과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열린 고(故)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행사 시작 전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사가 끝나고 민 청장은 "경찰의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 행사로 이런 비극이 초래된 데 대해 지난날 과오를 참회한다"며 "어머님을 비롯한 유가족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33년 전 오늘 이 자리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며 "이 열사님이 늘 꿈꿔왔던,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 대한민국의 뜻을 깊이 성찰하며 경찰도 민주, 인권, 민생 경찰로 부단히 나아가 그 뜻을 이루는 데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배 여사는 추모식 후 민 청장의 방문에 대해 "현장에 오셨으니까 감사하다"면서도 "33년이 지났어도 나는 87년 그날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왔으니, 아쉬운 것이나 바라는 것은 없다.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과하면 뭐가 (해결이) 되느냐"고 되물으며 쉬 가시지 않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강성구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생명을 지켜냈다"며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의 과제 역시 아름다운 청년 이한열 정신의 바탕 위에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연세대 이한열추모기획단장(총학생회 부회장)은 "오늘의 이 평온한 일상이 결코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우리 모두 여기에 왔다"며 "이한열은 과거의 사람도, 지난날의 흔적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한열 피격 당시 사진을 촬영했던 로이터 사진기자 정태원 씨와 최병수 작가 등을 비롯해 이 열사의 경영대 86학번 동창들도 자리에 함께했다. 배 여사는 "더운 날씨에 모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