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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계가 카타르발 훈풍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6.1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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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업황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맞으며 수주 절벽에 내몰렸던 국내 조선업계에 카타르발 훈풍이 불어 왔다. 국내 조선사 빅3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최대 23조원 규모의 LNG선 100척을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진 것이다. 

지난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서명식'은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로 진행됐다. 당시 화상에 비치던 카타르 에너지장관과 성윤모 산업부 장관, 그리고 메이저 3사 관계자들의 웃음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업황침체와 코로나19로  수주 절벽에 내몰렸던 국내 조선업계에 카타르발 훈풍이 불어 왔다. 사진은 선박 건조 중인 조선소 도크. [사진=연합뉴스]
업황침체와 코로나19로 수주 절벽에 내몰렸던 국내 조선업계에 카타르발 훈풍이 불어 왔다. 사진은 선박 건조 중인 조선소 도크. [사진=연합뉴스]

위기에 내몰렸던 국내 조선업계는 기사회생한 심정이었고, 빅3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서둘러 이 기쁜 소식을 언론에 보도자료로 전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이 계약과 관련해 최대 100척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참여 조선사 입장에서는 이번 슬롯계약은 말 그대로 발주 전 도크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발주처의 실주문은 최소 60척에서 최대 100척 이상으로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이며, 국내 조선사들 역시 발주처가 추후 어느 정도의 실주문을 내놓을지 지켜보며 차분히 준비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번 카타르 LNG선 수주 소식 이후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내 경기 회복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 내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빅3의 부활은 반갑지만 3사 모두 하도급 갑질 등과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가 단절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조선소 현장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좋은 배를 만들어야 하는 조선사의 노동자들이 안정된 삶을 누리지 못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조선업계를 떠받쳐야 할 중형 조선사들의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중형 조선사들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등으로 존립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부의 조선업 지원책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중형 조선소의 올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0% 올랐다고 하는 팩트도 기저효과로 나타났고,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단으로부터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의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근본적 경쟁력 강화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LNG선의 핵심기술인 화물창 기술을 프랑스 GTT사 보유하고 있어 1척당 5%가량의 로얄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카타르에서 100척을 수주받아 건조하면 로열티로만 1조1500억원을 GTT에 줘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와 조선업계도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2005년부터 10년간 200억원가량을 쏟아부으며 연구개발에 나서 2015년 한국형 LNG화물창 KC-1 개발했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커지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이 때문에 정부와 조선업계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조선업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정책으로 내놓고 조선사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 부진 속에 카타르발 훈풍이 불고 있는 조선업계이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선 이같은 내부의 문제점부터 되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한 업체가 아니라 업계 전체 나아가 국가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튼튼한 기초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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