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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1억 챙긴 생모에 "양육비 내라" 판결...'구하라법' 탄력받나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0.06.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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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이혼 뒤 연락을 끊고 살다가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 1억원을 타간 생모가 그동안 딸을 홀로 키운 전 남편에게 거액의 양육비를 지급하게 됐다. “부모는 미성년자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6일 뉴시스,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남원지원 가사1단독은 최근 숨진 소방관의 아버지 A씨가 생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지급 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7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 양육의무는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고 양육비도 공동 책임"이라면서 “생모인 B씨는 이혼할 무렵인 1988년부터 딸들이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의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청구인(A씨)은 이혼 무렵부터 두 딸을 성년에 이를 때까지 단독으로 양육했고, 상대방(전 부인)은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그래픽=연합뉴스]

앞서 전북 전주에 사는 A씨는 지난 1월 "(작은딸의) 장례식장조차 오지 않았던 사람이 뻔뻔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한다"며 전 부인 B씨를 상대로 두 딸의 과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983년 1월 결혼한 A씨 부부는 1988년 3월 협의 이혼했다. 당시 각각 5세, 2세이던 두 딸은 A씨가 배추·수박 장사 등 30년 넘게 노점상을 하며 키웠다.

법원 등에 따르면 수도권 한 소방서에서 응급 구조대원으로 근무하던 A씨의 둘째 딸은 지난해 1월 서른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구조 과정에서 얻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을 5년 동안 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1월 공무원재해 보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순직이 인정된다”며 A씨가 청구한 순직 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B씨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유족급여와 둘째 딸의 퇴직금 등 8000여만원을 전달했다. 여기에다 B씨는 매달 91만원의 유족연금도 받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와 큰딸은 강하게 반발했다. A씨는 “B씨는 이혼 후 자녀 양육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딸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라며 지적했다. A씨는 지난 1월 전주지법 남원지원에 B씨를 상대로 양육비 1억895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B씨는 법원에 낸 답변서를 통해 “양육비 청구는 부당하다”면서 “당시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내버려둔 사실이 없고, 전 남편이 집에서 쫓아내다시피 하며 나와 아이들의 물리적 접촉을 막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딸들을 위해 수년간 청약통장에 매달 1만원씩 입금했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A씨 부녀를 대리하는 강신무 변호사는 “32년 만에 나타난 B씨가 연금을 제외한 일시금으로 받아간 돈이 7700여만원”이라면서 “B씨가 일시금으로 받아간 금액에 맞춰 이런 판결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왼쪽부터)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달 2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구하라법' 입법화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소송을 두고 부모나 자식 등에 대한 부양의무를 게을리 하면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구하라법' 민법 개정안 재추진에 대한 여론이 확산한 바 있다.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20여년 전 집을 떠난 친모가 나타나 그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자 친오빠 구호인 씨가 지난 3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회에 입법 청원을 올렸다.

이 입법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로 넘겨졌지만, ‘계속심사’로 결론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회의인 지난달 2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서 자동폐기됐다. 이같이 입법화가 무산되자 구씨는 이틀 뒤 국회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21대 국회의 문이 열리면서 구하라법이 재추진되고 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구하라법'을 21대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고 밝히면서 입법 재논의 불씨를 지폈다. 서 의원은 "고 구하라 씨의 경우처럼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혼한 친모나 친부가 10년 만에 나타나 사망자 보험금을 타가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며 "법과 제도도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부모의 양육책임과 그에 따른 상속권리에 대한 담론이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된 가운데 구하라법 입법화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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