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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 '그림대작' 사기 무죄 확정...대법, '보조작가는 관행' 전문가 의견 존중
가수 조영남 '그림대작' 사기 무죄 확정...대법, '보조작가는 관행' 전문가 의견 존중
  • 조승연 기자
  • 승인 2020.06.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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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가수 조영남이 대작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판매한 것은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화가 송모씨에게 1점당 10만원을 주고 기존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그려오게 하거나, 자신이 추상적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이를 송씨에게 그려오라고 한 뒤 약간 덧칠을 하고 자신의 서명을 넣어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53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8일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 참석하는 가수 조영남. [사진=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작업에 참여한 송씨를 조씨의 조수가 아닌 ‘독자적 작가’라고 해석했고, 조씨의 ‘그림 대작’도 구매자들을 속인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작화가 송씨는 조씨 고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보조일뿐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조씨가 직접 그렸는지 여부는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고지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조수 작가를 고용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씨 측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미술작품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지 않은 한 가치평가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 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구매자들은 ‘조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그림을 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위작 시비’와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구매자들이 조씨의 작품을 조씨가 직접 그린 ‘친작’으로 착오해 산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조영남 대작 의혹 사건의 그림 중의 하나로 검찰이 제시했던 '병마용갱'. [사진=연합뉴스]
조영남 대작 의혹 사건의 그림 중의 하나로 검찰이 제시했던 '병마용갱'. [사진=연합뉴스]

‘미술작품의 저작권이 대작 화가 송씨에게 귀속되며 조씨는 저작권자로 볼 수 없다’는 검찰의 상고 이유에 대해서는 공소사실 외에 심판하지 않는 ‘불고불리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검사가 이번 사건을 저작권법 위반이 아닌 사기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에 검찰의 상고 이유는 공소 사실과 무관하다는 것.

재판부는 “검사는 이 사건이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 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문제된 건 아니다”라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