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7-03 17:54 (금)
문 대통령, '세계사서 가장 슬픈 전쟁' 끝내는 노력에 북한도 '담대한 동참' 촉구
문 대통령, '세계사서 가장 슬픈 전쟁' 끝내는 노력에 북한도 '담대한 동참' 촉구
  • 최민기 기자
  • 승인 2020.06.26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0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됐던 그날에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북한에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거행된 6·25전쟁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남과 북, 온 겨레가 겪은 전쟁의 비극이 후세들에게 공동의 기억으로 전해져 평화를 열어가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면서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유족과 함께 분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5일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진행된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유족과 함께 분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모 세대가 겪은 전쟁의 비극이 자식 세대가 열어 갈 평화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지금 당장 평화 너머의 통일을 앞당기려는 인위적 노력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일궈온 남북관계의 파탄을 막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성찰의 인식이 묻어난다는 것.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확인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알고 있으며 다음 세대에게 평화의 '바통'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70년 간 끝나지 않은 전쟁 종식에 대한 당위성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봄'을 알린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함께 담았던 '종전선언'의 필요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4·27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공동선언' 제3조에는 종전의 필요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남북이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동시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것도 '종전선언'을 담보하기 위함이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불가역적인 단계 진입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협상에 집중하고자 했던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싱가포르에서의 남북미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대목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의 최근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묘사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메시지로 무산됐던 종전선언에 대한 재추진 의지를 밝히는 것 대신 6·25전쟁 국군전사자의 유해 봉환 행사를 통해 간접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70년 세월 동안 북한에 묻혀 있던 국군전사자의 유해가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남북, 북미 정상 간 합의 정신을 환기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1990년대 북한 지역에서 발굴된 뒤 미국에 건너갔다가 이후 한미 양국의 신원 확인을 거쳐 70년 만에 조국을 찾은 6·25 전쟁 국군 전사자의 유해 147구를 직접 맞이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를 떠나 공군의 최신 공중급유기에 안치돼 24일 조국으로 돌아온 전사자들의 유해는 이날 행사에서 비행기에서 내려졌고, 문 대통령 내외는 국가원수급 예우에 해당하는 조포 21발이 발사되는 가운데 묵념한 뒤 전사자 유족 대표들과 헌화·분향했다.

문 대통령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신원확인 국군 및 미군 전사자 13구에 참전 기장도 수여했다.

한국전 기념비 앞에서 묵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사진=AFP/연합뉴스]
한국전 기념비 앞에서 묵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 [사진=AFP/연합뉴스]

워싱턴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국전쟁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백악관 인근 한국전기념공원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리 준비돼 있던 화환 앞에 선 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잠시 묵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이어 그는 화환으로 가까이 다가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듯 꽃송이를 만지며 엄숙한 표정으로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는 뒤로 조금 물러나 거수경례로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예를 표했다. 진혼곡 '탭스'의 트럼펫 연주가 울려 퍼지자 동참한 고령의 참전용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수혁 주미대사 내외와 로버트 윌키 보훈부 장관이 서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겨 잠시 환담했다. 이 대사는 추후 취재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표하고 우려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평화가 유지되도록 노력을 계속 해달라는 요청에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여분간 머물다 떠났다. 따로 기념연설을 하지는 않았으며 참석자들은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백악관 공동취재단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