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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건 1년 재수사로 34년만에 진실규명…'변태욕구'에 희생자만 14명
이춘재 사건 1년 재수사로 34년만에 진실규명…'변태욕구'에 희생자만 14명
  • 최민기 기자
  • 승인 2020.07.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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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역대 최악의 강력범죄로 기록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개인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연쇄범행이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일 남부청에서 이같은 내용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종합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특정한 이춘재가 14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다른 9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행과 강도질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살해된 피해자들 역시 대부분 성폭행 후 살해 당했다.

경찰은 “이춘재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8차사건 관련, 수사 참여 경찰관과 검사 등 8명을 직권 남용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원활한 재심절차 진행을 위해 우선 송치했다. 초등생 김모양 살해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 참여 경찰관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해 송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용주 경기남부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해당 경찰관 8명과 검사 등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는 점도 부연했다.

이에 따라 이춘재가 저지른 살인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모두 14건으로 드러났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 중 5건의 살인사건은 30여년이 지났지만 증거물에서 DNA가 검출됨으로써 이춘재의 범행임이 명백해졌다. 나머지 9건의 살인사건의 경우 DNA가 검출되지는 않았지만, 자백으로 충분히 신빙성이 확보되고 범인만이 알 수 있는 현장 상황 등을 진술함으로써 핵심 내용 등이 과거 수사 기록과 부합했다.

이춘재는 1986년 9월 15일부터 1991년 4월 3일까지 화성에서 잇따라 발생한 10건의 연쇄살인사건을 모두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10건 중 9건은 그동안 미제로 남아있었지만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8차 사건의 경우 이듬해 윤모씨가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됐다. 현재 윤씨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현재 수원지법에서 재심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사건 등 4건의 살인사건도 이춘재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 살던 김모(당시 8세) 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은 그동안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이번 수사에서 이춘재가 김양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24일 부산교도소에서 네 번째 면담을 갖던 중 이러한 살인 범행 전체를 자백했다. 그는 자백 당시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수감 중이었다. 처제를 포함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모두 15명이다.

이춘재는 살인 말고도 34건의 성폭행 또는 강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일부 살인사건 피해자들 유류품에서 나온 이춘재의 DNA 등 증거를 토대로 14건의 살인 범행은 모두 그가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다른 사건들의 경우 뚜렷한 증거가 없고 일부 피해자는 진술을 꺼려 확실한 피해자 진술을 확보한 사례만 그의 소행으로 결론 내렸다.

이렇게 확인된 살인 이외 추가 성폭행·강도 범행이 9건으로 나머지 25건은 그의 범죄 혐의에서 제외됐다.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경찰수사 결과. [그래픽=연합뉴스] 

이춘재는 이토록 잔혹하고 많은 범행을 한 동기에 대해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수십차례에 걸친 프로파일러 면담 결과 등을 토대로 그의 범행 동기를 ‘변태적 성욕 해소’로 판단했다.

1991년 7월 결혼한 이춘재의 아내는 남편의 폭행과 성적 학대 때문에 가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춘재는 아내가 떠나자 이에 대한 증오로 처제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춘재에 대해 진행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에서는 "피검사자는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는 내성적 성격으로 자기 삶에서 주도적 역할을 못 하다가 군대에서 처음으로 성취감과 주체적 역할을 경험한 뒤 전역 후에는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된 욕구불만의 상태에 놓였다”며 “결국 욕구 해소와 내재한 욕구불만을 표출하고자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1년에 걸친 이춘재 사건 재수사는 이날 경찰 발표로 모두 마무리되면서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34년 만에 진실 규명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탓에 이춘재의 연쇄살인 행각을 포함해 이번 수사를 통해 확인된 모든 혐의에 대한 처벌은 이뤄질 수 없다. 경찰이 이춘재와 당시 검찰, 경찰 등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한 이유다. 검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과 그의 가족, 그 외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