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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의 라임펀드 '전액배상' 결정에 담긴 의미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7.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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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올들어 금융권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된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금리인하, 그리고 ‘라임펀드’로 촉발된 연이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가운데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전액 배상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해당 증권사들을 비롯한 금융권에 충격파가 밀려든다. 

지난 1일 금감원이 발표한 라임 관련 분쟁 조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이후 플루토 TF-1호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받아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금감원 분쟁조정 사례 중 최초의 100% 배상비율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부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방식을 변경해 가면서 펀드 판매를 지속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의 라임펀드 가운데 2018년 11월 이후 플루토 TF-1호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받아 투자원금 전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라임펀드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2017년 5월부터 플루토 TF-1호 펀드 투자금과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 자금을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2개, BAF펀드, Barak펀드, ATF펀드 등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제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이들 펀드 가운데 IIG 펀드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투자자문사인 IIG는 헤지펀드 손실을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하는 등 증권사기 혐의로 지난해 11월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등록 취소와 펀드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받았다.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이 같은 IIG 펀드 부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2018년 6월로 알려졌다. 이들은 IIG 펀드가 기준가를 산출하지 않았음에도 그해 11월까지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한 것으로 임의 조정했다. 더불어 환매 자금 돌려막기를 위해 IIG펀드와 다른 해외 펀드를 합쳐 모자(母子)형 구조로 변경했음에도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구조를 꾸민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 1월 IIG펀드에서 투자금의 절반인 1000억원을 날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고서는 투자 펀드를 케이맨제도에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장부가로 처분하고 그 대가로 약속어음을 받는 구조로 계약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투자위험과 관련해서는 위험 등급과 보험 가입 여부 등이 허위·부실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TRS 레버리지를 활용한 운용 방식 등을 고려했을 때 위험성이 1등급(매우 높은 위험)에 해당하지만 플루토 TF-1호의 일부 자펀드는 3등급(다소 높은 위험)으로 표기됐으며, 부실이 발생한 IIG 펀드에 상당 비중을 투자하고 있으면서도 펀드 수익 기대율을 6% 수준으로 기재했다.

이와 같은 조사 내용을 근거로 금감원은 "계약체결 시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 부분(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의 착오로 인한 계약을 유발했다"고 결론지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은 이번 분쟁조정안에서 이례적으로 금융사들에 100% 배상안을 결정했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들로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배상안을 접한 판매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례적인 결정에 다소 놀란 것도 사실"이라며 "분쟁조정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내부 절차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사들은 강제성이 없는 이번 분쟁조정안을 두고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천명했고, 투자자와 판매사·운용사 간 민사소송 수순이 자연스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만304개의 사모펀드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운용사 기준으로는 233개 전문사모운용사가 조사 대상이다.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시작된 환매중단 사태가 디스커버리와 옵티머스에 이르기까지 잇따라 발생하자 금융당국도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 규제를 목적으로 한 전수조사로 420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1만여개의 사모펀드를 제어할 수 있을까. 사모펀드 규율 체계를 완화해 시장에 자본 공급을 시도했던 정부의 정책이 결국 독이 돼 돌아왔다. 금융당국과 함께 도덕적 해이 의심을 받게 된 펀드 판매 금융사들 역시 투자자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 발등에 불이다.

금감원의 이번 라임펀드 플루토 TF-1호 100% 배상안에 담긴 의미는 다수 투자자의 피해를 인지하고서도 책임을 미뤘던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에게 울리는 경종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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