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지난 10년간 국내 30대 그룹의 자산규모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0년 전과 순위가 동일한 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곳에 불과했으며, 농협, 미래에셋, 카카오 등 9곳이 신규 진입했다.
지난 10년간 산업 트렌드와 그룹의 경영 전략 등의 변화로 인해 주력 계열사에도 변동이 생겼다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의 지난 10년간(2009~2019년) 자산‧시총‧실적‧재무현황 등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1377곳(상장사 190곳)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계열사는 369곳, 상장사는 40곳 증가했다.
자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지난해 자산규모는 3156조원, 시가총액과 매출은 1037조원, 1423조원으로 10년 동안 자산은 101.8%(1592조원), 시총은 76.2%(449조원), 매출은 54.0%(499조원) 각각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이 기업수 59개, 공정자산 424조848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차 △SK △LG△롯데 △포스코 등 상위 6개 그룹의 순위는 10년 전과 동일했다.
10년 전에는 공정자산의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곳이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2곳뿐이었지만, 현재는 SK, LG, 롯데가 공정자산 100조원 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7∼10위는 10년 전과 비교해 순위 변동 폭이 컸다. 한화가 13위에서 7위로 올라섰고, 농협이 10위에 들었다. GS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한 계단씩 내려온 8위와 9위를 차지했다. CEO스코어는 차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에 성공하면 7위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전에는 30위 밖이었다가 현재 30대 그룹 대열에 합류한 곳은 △농협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영풍 △한국투자금융 △교보생명보험 △카카오 △하림 △KT&G 등 9곳이다.
반면 △STX △DB △현대 △KCC △한진중공업 △한국GM △동국제강 △현대건설 등은 자산 축소 또는 인수합병과 실적 악화에 따른 자산 감소 등으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매출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곳은 10년 전의 경우 삼성(222조원) 한 곳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삼성(315조원)과 현대차(185조원), SK(160조원), LG(122조원) 등 4곳으로 증가했다.
10년 전에 비해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곳은 카카오였다. 카카오의 매출은 10년 전 465억원에서 지난해 4조2585억원으로 9066.9% 급증했다.
CEO스코어는 "카카오의 경우 보고서 제출을 시작한 2012년과 비교했으며,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하면서 매출 및 자산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며 "모바일 메신저 사업과 포털 사업, 모바일 게임, 유료 콘텐츠, 모빌리티,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 사업을 바탕으로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셋(228.2%) △한국투자금융(169.7%) △하림(163.7%) △현대백화점(161.0%) △CJ(149.1%) △신세계(140.5%) △한화(100.5%) 등이 세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30대 그룹의 시가총액 규모도 큰 폭으로 확대됐다. 30대 그룹의 시총은 지난 3일 기준 1037조4617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10년 전 588조8169억원에서 76.2%(448조6448억원) 늘었다. 30대 그룹이 전체 주식시장 상장 기업의 시총(1741조2885억원)의 59.6%를 차지했다.
10년 전에는 시총이 100조원을 넘는 곳은 삼성(199조3146억원)뿐이었으며 △LG(73조1794억 원) △현대차(67조5988억원) △포스코(54조9156억원) △SK(39조9859억원) △롯데(16조8750억원) △현대중공업(15조717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시총 규모는 삼성그룹(519조355억원)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SK(136조3057억원) △LG(100조4540억원) 등도 100조원을 넘었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71조4698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고, 카카오(25조8132억원)가 포스코(23조2419억원), CJ(18조520억원), 롯데(16조7843억원), 현대중공업(12조4146억원), KT&G(11조9765억원) 등 전통의 그룹들을 밀어내고 5위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그룹 가운데 10년 새 주력 계열사에 변동이 생긴 경우도 발생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이 40.5%에서 49.2%로 더욱 강화돼 삼성디스플레이(8.6%)가 삼성생명(8.6%)과 동일한 위치로 올라섰다. 10년 전에는 삼성화재가 그룹 내 매출 비중 3위였다.
SK는 10년 전 SK이노베이션(37.7%)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독자경영체제로 재편되며 SK에너지(20.1%)의 매출 비중이 가장 커졌다. 또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15.8%)가 급부상해 SK텔레콤(7.1%)에 앞섰다.
LG의 경우 LG전자(23.4%)가 10년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배터리 시장 등의 확장으로 LG화학(18.3%)의 존재감이 커졌다. 10년 전에는 LG화학(15.0%)보다 LG디스플레이(22.0%)의 매출 기여도가 더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26.5%)와 기아차(18.3%), 현대모비스(12.2%)의 3자 구도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산업의 트렌드와 그룹의 경영 전략 등의 변화로 인해 매출 기여도가 큰 주력 계열사에도 변동이 생겼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