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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으로 멈춘 '3180일 최장수 서울시장' 박원순의 인생역정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0.07.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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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최장수 서울시장 박원순의 임기가 극단적 비극으로 3180일에서 멈췄다.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된 박원순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검사,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를 거쳐 3선으로 서울시정의 틀을 바꿔온 고인의 장례는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게 됐다. 향년 64세.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내년 4월 보궐선거 때까지 시정을 이끌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10일 연합뉴스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박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서울 북악산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 기동대원과 소방대원, 인명구조견은 이날 0시 1분께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박 시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판 그린뉴딜' 기자설명회 정책을 설명하는 박원순 시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박 시장 딸은 전날 오후 5시 17분께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전날 오전 10시 44분께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멘 채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공관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택시를 타고 성북구 와룡공원에 왔으며, 오전 10시 53분 폐쇄회로(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동대·소방관 등 770여명과 야간 열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수색견 9마리 등을 동원해 이 일대를 집중 수색한 끝에 실종신고 접수 7시간 만에 숨진 박 시장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서) 특별한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 A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8일 고소인 조사를 마친 이번 사건에 대해  피고소인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게 된다.

역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자 더불어민주당 내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이었던 고인의 비극적인 결말로 '소셜 디자이너'의 찬사도 역사에 묻기게 됐다.

20년 넘게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온 한국 시민운동 역사의 산 증인을 잃게 됐다. 변신을 거듭하며 시민사회 변혁을 정치권으로 더욱 확장하기 위해 소명의식을 갖고 고단하게 이어온 그의 인생역정도 안까깝게 마감됐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학생운동으로 구속돼 서울대에서 제명된 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와 함께 검사로 임용됐다가 1년 만에 박차고 나와 고(故)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부천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론을 담당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사망 시간대별 상황. [그래픽=연합뉴스]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으며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이 단체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시민운동을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벌였다가 물러난 뒤 2011년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취임 이후 시민활동가·인권변호사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 전 시장의 남은 임기 2년 8개월을 넘겨받은 박 시장은 세세한 부분까지 사안을 꼼꼼하게 챙겼고,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들을 대거 서울시로 데려와 시정 곳곳에 배치했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은 이를 계기로 완연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2018년 6월 14일에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 2022년 6월 30일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만약 보장된 임기를 모두 채웠더라면 그는 서울시장으로 11년 8개월 여간, 일수로는 3900일간 재직하고 물러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이 마지막으로 직접 발표한 정책은 지난 8일 ‘서울판 그린뉴딜’이었다. 당시 박 시장은 “세계가 혼란스럽고 방황할 때 저희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가면 새로운 산업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보는 친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박 시장은 이미 공지했던 일정까지 모두 취소하고 잠적했으며, 오후에 딸의 실종 신고를 받고 북악산 일대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그의 시정시계는 3180일에서 멈춰 섰다.

박원순 시장 주요 연보. [그래픽=연합뉴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서 부시장은 이날 시청 기자실 브리핑룸에서 “시정이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은 넥타이, 검은 정장, 흰 셔츠 차림으로 가슴에 ‘근조’ 띠를 달고 나온 서 부시장은 “갑작스러운 비보로 슬픔과 혼란에 빠지셨을 시민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서울시정은 안정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중단 없이 굳건히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로 제가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며 “부시장단과 실·국·본부장을 중심으로 모든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가 돼 시정 업무를 차질 없이 챙겨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시신은 서울대병원에 안치됐으며,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시는 이날 중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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