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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끝도 서울시민과 함께…박원순의 마지막 길, 눈물로 배웅하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0.07.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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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시작도 끝도 시민과 함께였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박 시장의 유족과 정치 선후배들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고인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13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유족과 시·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지만 온라인 영결식으로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는 랜선 추모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 20분께 빈소인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한 박원순 시장의 운구차는 30분 뒤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이후 서울광장에서 시청으로 영현봉송 뒤 오전 8시 30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영결식이 진행됐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린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층 다목적홀 입구에서는 박홍근 민주당 의원과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유가족과 관계자들을 맞이했다. 박 의원과 김 의원 모두 고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이다. 이들 역시 큰 충격에 힘들어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박 시장의 가는 길을 흔들림 없이 지켰다.

영결식장 벽에는 빔프로젝터로 박 시장의 웃는 얼굴과 함께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구절이 선연히 아로새겨졌다.

박 시장의 장녀 박다인 씨가 조사를 낭독했다. 가족 중 박 시장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그다.

그는 “시민운동가였던 아버지는 시민의 이름으로, 시민의 힘으로 서울시장이 됐다. 그런 아버지에게 시민과 시민의 삶은 꼭 지켜내야 하는 것이었다. 온전히 시민의 뜻으로, 시민을 보호하려는 뜻으로 ‘시민이 시장이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다. 아버지는 영원한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제껏 그랬듯 우리를 지켜주시리라 믿는다”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오빠야 왜 돌아가셨냐. 오빠야”라고 통곡했다. 주변에서도 겨우 억눌렀던 감정을 눈물로 표출했다.

국민의례와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일대기에 대한 영상이 상영됐고 서울시교향악단의 ‘G선상의 아리아’가 연주됐다.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떨궜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었다.

이어진 조사에서 백낙청 박원순서울시장 공동장례위원장도 박원순 시장의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조명했다. 백 위원장은 “거의 20년 터울의 늙은 선배가 이런 자리에 서는 것이 예법에 맞는지도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꿔놓은 시민운동가였고, 시장으로서도 줄곧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 머물던 당신을 떠나보내는 마당에, 시민사회의 애도를 전하는 몫이 내게 주어졌을 때 사양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수많은 서울시민과 이 땅의 국민과 주인들, 해외의 다수 인사들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었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며 덤덤히 소회를 밝혔다.

또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만 성찰은 무엇보다 자기성찰로 시작된다. 박원순이라는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놀라고 탄복한 것은 끊일 줄 모르고 샘솟는 당신의 창의적 발상들과 발상이 발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게 만드는 당신의 실천력과 헌신성”이라며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를 거쳐 서울시장에 이른 고인의 활동을 회고했다.

故 박원순 서울시장 운구차가 13일 오전 발인식이 열린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 영결식이 열린 서울시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과 ‘40년 지기 친구’를 자칭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많은 분들이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 박원순과의 이별을 참으로 애석하게 느끼고 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었다.

그는 “대학교에 입학한 1학년 때 그 모범생이 김상진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며 반유신 시위에 참여했고, 그래서 학교를 떠나야 했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았다. 검사가 되길 포기하고 1년 만에 다시 인권변호사로 돌아왔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인권변호사 박원순으로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또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가게로 대변되지만, 넓게 보면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고인이 당장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 운영 원칙을 3180일간의 임기 동안 올곧게 지켜 갔으며 그 길이 서울시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표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 존중 도시’라는 박 시장의 꿈을 미완의 과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꿈으로 흔들림 없이 계승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동위원장 3명과 시민대표의 조사 낭독이 끝난 후 유가족 및 민주당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유가족 헌화에서는 강난희 여사와 박주신 씨, 박다인 씨 등 4명이 나와 헌화했다. 특히 강난희 여사는 헌화 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울먹였다. 박주신 씨는 어머니를 부축해 자리로 되돌아갔다.

영결식 마지막은 유가족 대표 박다인 씨의 몫이었다. 박씨는 ‘시민이 시장이다’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우리 모두의 꿈, 한 명 한 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더 좋은 서울특별시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마무리했다.

영결식이 치러진 제단 뒤로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표어가 걸렸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 도전 때 내걸었던 문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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