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CJ ENM-딜라이브 갈등의 시사점…파워게임서 밀리는 플랫폼 사업자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0.07.14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문제로 갈등을 일으켰던 CJ ENM과 딜라이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재로 ‘블랙아웃(송출 중단)’ 사태를 막았다. 다만, 두 회사가 다투는 핵심 쟁점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사업자 간 세력다툼으로 한정짓기보다는, 방송 플랫폼 시장의 격변기에서 나타난 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주도권 싸움으로 보고 있다.

14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딜라이브는 전날 과기정통부의 중재에 따라 올해 방송채널 프로그램사용료 수준에 대해 3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 ENM 사옥. [사진=연합뉴스]

양사는 우선 다음달 말까지 신의성실에 입각해 프로그램 사용료 수준을 원만히 합의할 수 있도록 협상하기로 했다. 만약 시한 안에 서면 합의에 실패하면 과기정통부 중재안에 따라야 한다. 양사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 채널을 계속 송출하고 정부 중재에 성실히 임하기로 했다.

이로써 오는 17일 예정됐던 블랙아웃 사태는 면하게 됐다. 정부 중재안에 사업자가 한 발씩 양보하면서 200만명의 딜라이브 가입자가 엠넷·tvN·OCN 등 13개 채널을 못 보게 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다.

파국은 면했지만 업계에서는 CJ ENM과 딜라이브가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콘텐츠 가격 인상률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고, 각 사업자 입장 또한 중재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미디어 시장 무게 중심이 플랫폼에서 콘텐츠 사업자로 이동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용선 SK증권 연구원은 “유선방송사업자(MSO/SO)의 방송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 수 역성장이 CJ ENM-딜라이브 간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딜라이브 로고. [사진=딜라이브 제공/연합뉴스]

유료방송사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인터넷(IP)TV만 성장세를 보였고 케이블 SO가 IPTV 사업자에 흡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초부터 LG유플러스(IPTV)의 CJ헬로 인수, SK브로드밴드(IPTV)의 티브로드(케이블) 합병 등 유료방송업계의 구도가 재편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에선 콘텐츠 사업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유료방송 플랫폼이 채널 편성권을 무기로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네이버·카카오·유튜브 등이 주요 콘텐츠 소비 통로로 떠올랐다. ‘킬러 콘텐츠’ 확보가 동영상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하면서 콘텐츠 사업자의 지위가 빠르게 올라갔다. 콘텐츠 사업자로서도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OTT·유튜브 등과 협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킬러 콘텐츠를 갖고 있는 PP와 하향세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CJ ENM은 딜라이브가 대형 사업자로 인수되기 전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리려 했던 것이다.

CJ ENM-딜라이브 간 갈등에 대해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이슈는 당사자 간 갈등을 넘어서 플랫폼과 콘텐츠, 네트워크 사업자들 전체의 문제”라며 “(유료방송업계에서) B2B(기업 간 거래)가 왜곡돼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비슷한 이슈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전의 업계 분위기라면 PP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블랙아웃과 같은 강수를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CJ ENM의 힘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한 의견을 낼 정도의 콘텐츠 파워가 생겼기에 이런 행동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방송 중단에 법정 다툼까지 불사할 정도로 갈등이 격화하면서 시청자만 무시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 역시 케이블TV 측에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며 블랙아웃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같은 블랙아웃 논란은 애꿎은 시청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