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정위, '하도급업체 기술자료 유용' 현대중공업에 역대 최대 과징금 9.7억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7.27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현대중공업이 20여년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글로벌 강소 하도급업체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자료를 빼앗고 거래를 끊은 사실이 확인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핵심부품을 공급했던 삼영기계로부터 강압적으로 기술 자료를 빼앗아 다른 경쟁업체에 넘긴 뒤 거래까지 끊은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로부터 기술자료를 빼앗고 거래를 끊은 사실이 확인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 선박용 디젤엔진을 개발했지만 핵심 부속품인 피스톤은 국외업체에서 수입해서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2003년 당시 국내 최고 기술을 가진 삼영기계에 피스톤 국산화를 요청해 연구개발 끝에 국외제품을 대체할 피스톤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삼영기계에 피스톤 제작에 필요한 재료·부품, 제조 공정별 설비, 관리항목 등이 포함된 핵심 기술 자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불응시에는 피스톤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거래 중단을 빌미로 강압적인 자세를 취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제품에 불량이 있다는 이유 등을 들었지만 '비용절감'에 목적이 있었다.

결국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에 핵심 기술 자료를 넘겼고, 현대중공업은 이 자료를 A업체로 전달했으며, A업체도 피스톤을 생산해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6년 초까지 3개월간 삼영기계는 11%가량 깎인 단가에 납품을 했다. 심지어 현대중공업은 2017년부터는 삼영기계와의 거래를 아예 끊었다.

이에 삼영기계는 결국 이 사건을 경찰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A사에 제공한 자료가 피스톤 관련 사양 등이 담긴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며 기술 유용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A사에 제공된 자료에는 삼영기계의 피스톤 공정 순서와 품질관리 방안 등 기술이 포함돼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종숙 공정거래위원회 기술유용감시팀장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피스톤 국산화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 제재' 브리핑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는 "삼영기계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기술 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제품 하자 발생에 따른 대책 수립 목적이었다"며 자료 요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자료도 요구했고,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자료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러한 현대중공업의 기술 유용 행위가 '매우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 법상 상한에 가까운 9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부과된 과징금 9억7000만원은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그동안 부과된 과징금 중 최대 액수"라며 "과징금 기준금액이 상향된 신(新)과징금 고시에 근거해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된 첫 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회사 입장과는 차이가 있어서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받으면 검토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