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8-08 07:52 (토)
조현범에 힘 실어준 조양래 회장,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일단락되나
조현범에 힘 실어준 조양래 회장,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일단락되나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07.31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줬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함과 동시에 자신의 건강은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조 사장의 큰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얽힌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양래 회장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첫째 딸이 성년후견인 개시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 간 불화로 비춰지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염려되는 마음과 더불어, 사회적 이슈가 돼 주주들이 혼란스러워 하시고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돼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입장문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 연합뉴스]

조 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은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동생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조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구분되며, 이 중에서 법정후견은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 이사장 측은 “(조 회장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런 결정들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 회장이 지난달 26일 급작스럽게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전부를 2400억원에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며 “조 회장은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 운영 방안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30일 최대주주가 조 회장 외 12명에서 조 사장 외 11명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사장은 시간외 대량 매매로 아버지 조 회장 몫인 23.59%를 모두 인수해 지분이 42.9%로 늘었다. 조 사장을 제외한 3남매는 한국테크놀리지그룹 지분 30.97%를 보유 중이다. 조현식 19.32%, 조희경 0.83%, 조희원 10.82%다. 3명이 합해도 조 사장보다 10%포인트 이상 적지만, 국민연금(7.74%) 등 주요 주주의 결정에 따라 판이 바뀔 수도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사진=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제공/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이 회사의 최대주주라며 큰 딸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서,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둔 대로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결정을 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1937년생인 조 회장은 “건강 문제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 이상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이라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다. 딸은 경영에 관여해 본 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돈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조현범 사장 쪽으로 후계 구도가 굳혀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조 사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변수로 떠오른다.

조 사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 결과는 오는 9월께 나올 예정으로, 최종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입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로 복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