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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시중은행 신용대출 한달새 4조 폭증…'막차 대란' 현실화에 금융당국 조정 나서나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9.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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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지난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해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전월보다 4조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선 빚을 내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와 생계형 신용대출이 혼재한 상황이라 막을 근거도 없어 '막차 대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관망세를 보이던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를 주문하는 등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말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120조2042억원)보다 4조705억원(3.39%) 늘어난 수치로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전월보다 4조원 이상 폭증해 '신용대출 막차 대란'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은 전월에 비해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조631억원 급증했다. 신한은행도 1조520억원이 늘어나 2007년 1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증가액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7199억원,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6095억원, 6310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처럼 개인신용대출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최근 저금리 기조를 타고 예금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가 모두 내려 은행 예금을 인출하고 신용대출은 끌어 쓰면서 호황을 누리는 주식과 부동산에 유동성 자금을 몰아넣는 빚투 현상 때문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수요가 늘었다는 걸 무시할 수 없고, 금융당국이 곧 신용대출을 막을 수 있으니 일단 받고 보자는 '막차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코로나 사태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에는 신용대출이 2조2408억원 증가했고, 6월에는 2조8374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의 증가율은 1% 내외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폭증으로 가장 혼란스러운 쪽은 시중은행들이다. 올해 5대 시중은행의 가계와 기업 전체에 걸친 원화대출금 목표는 4~6% 수준인데 이들 은행의 지난해 말 대비 원화대출총액(약 1217조원) 성장률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이미 6.76%를 넘어 목표치를 뛰어넘었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대출한도를 낮추는 것도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5대은행 개인신용대출 추이. [그래프=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개인신용대출 추이. [그래프=연합뉴스]

A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은 은행이 개별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대출조건 상향이나 대출한도 하향마저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고 표현했다. 

B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이 막힌 뒤 신용대출로 몰린 수요를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전세자금 대출과 신용대출로 우회하는 방식으로 부동산과 주식투자를 했고, 8월말에는 카카오게임즈 공모까지 있었기에 막차심리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정책을 먼저 내놓기 전에는 은행 측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다"며 "문제는 생계형 신용대출과 빚투를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보니 코로나 재확산세가 이어지는 지금 함부로 신용대출 조정에 나설 수도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까지 관망세를 보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잘 관리되는 것 같지만,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신용대출 성격이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용인지는 알 수 없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협회장들에게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일단은 코로나19가 해소될 때까지는 이 상태를 어떻게 더 관리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고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되면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신용대출까지 막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관망세를 보이던 금융당국은 지난달말부터 은행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점검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같이 신용대출이 폭증하고 있지만 정작 공교롭게도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신용대출을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문제는 수요자들이 정부나 은행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어 '막차 대란'은 이미 현실화된 수준이며, 시장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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