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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막차심리에 신용대출 폭증...문제는 잃어가는 신뢰다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9.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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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용대출은 막차심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 내서 투자)'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브레이크 없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9월에 접어들면서 은행권에 "선제적 관리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가계 신용대출의 증가가 은행들의 '대출 실적경쟁'에 기인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을 과연 은행들의 무분별한 실적경쟁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올들어 금융당국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부동산담보대출은 규제하는 대신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서민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가계 신용대출은 풀어주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대출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생활자금까지도 쉽게 대출하기 어렵게 했던 지난해까지와는 다른 행보다.

올해 가계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대응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피해기업의 금융지원 집행 상황 점검을 위해 총 26개 금융기관 지점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특정 은행을 '완화된 여신심사 지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대출을 확대한 모범사례로 뽑기도 했다. 이와 같은 금융당국의 노력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할 금리 책정과 대출조건 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3월 103조원을 돌파한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에는 124조2747억원을 기록했다. 월간 기록으로 역대 최고치다.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든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현 상황은 은행이 개별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대출조건 상향이나 대출한도 하향마저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하고, "정부가 조정방안을 내놓기 전에 은행이 조치하기는 어렵다"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담보대출을 막은 후 신용대출로 몰린 수요까지 막았을 때 벌어질 문제를 예견하면서도 은행 측이 책임지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요를 움직인 것은 결국 '막차심리'다. 지금까지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들은 일관성 있게 추진되기보다 당장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급조한 형태로 이어져온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이 선언되고, 경험하지 못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이던 은행 예금과 적금을 해약한 유동성 자금을 집값이 상승한 부동산과 활황인 증시에 투자하는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를 지켜보며 가장 큰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 2040세대가 가계 신용대출마저도 언제 막힐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영끌'과 '빚투'를 감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신용대출 추가 규제보다 이달까진 대출 증가폭을 지켜본다는 스탠스를 취해 왔다. 지난 7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당국의 입장이 갑자기 바뀌었다. 지난 8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과도한 신용대출이 경제 위험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가계 신용대출의 증가가 은행들의 ‘대출 실적경쟁’에 기인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이에 시중은행 측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우리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경제 성장과 국민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와 압박만으로 은행권을 통제한다거나 경제 수요를 억누를 수는 없다는 점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원칙보다는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하는 정책을 계속 내놓다 보면, 국민과 금융권 모두에게 신뢰를 더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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