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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끓이다 불낸 초등생 형제, 중화상으로 사경...보호명령 불발 뒤 찾아든 불행
라면 끓이다 불낸 초등생 형제, 중화상으로 사경...보호명령 불발 뒤 찾아든 불행
  • 강성도 기자
  • 승인 2020.09.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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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낸 불로 중화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가 사고 발생 이틀 후에도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형제의 어머니는 이전에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됐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6일 연합뉴스와 인천 미추홀소방서에 따르면 남자형제인 A(10)· B(8)군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께 미추홀구 빌라에서 라면을 끓여 먹다 불을 냈다. 이들 형제는 4층 빌라 중 2층에 있는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다. 당시 형제는 신고 당시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못하고 "살려주세요"만을 외친 채 전화를 끊었다.

인천 미추홀구 한 다세대주택에 사는 초등생 형제가  화재로 중태에 빠졌다.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 미추홀구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초등생 형제가 화재로 중태에 빠졌다. [사진=인천소방본부 제공]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A군은 전신에 40% 화상을 입었으며, B군은 5%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를 다쳐 위중한 상태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먹을 시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교 대신 가정에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보호자 없이 스스로 라면을 끓여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두 형제가 엄마에게 방치되고 아동학대를 받은 정황이 알려졌다. 미추홀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초등학생 형제의 어머니 C(30)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해놓는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C씨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고 경제적 형편상 방임의 우려가 있다며 인천가정법원에 어머니와 아이들을 격리해달라는 보호명령을 청구했으나 지난달 말 기각됐다. 

법원은 지난달 말 C씨는 6개월, B군 형제는 12개월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들 가족에 대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던 중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춘 인천시장과 인천 미추홀구는 화재 피해를 입은 형제에게 긴급 지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 300만원을 의료비로 지급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