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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테슬라 배터리데이…국내 업계 한숨 돌렸다
알맹이 빠진 테슬라 배터리데이…국내 업계 한숨 돌렸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20.09.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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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전 세계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가 ‘속 빈 강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서는 일단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배터리 내재화가 아닌 원가를 절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당장 국내 업체에 위협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배터리데이 행사 이후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가까이 하락했다. [그래픽=연합뉴스]

23일 자동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제조공정 고도화를 통해 향후 3년간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생산 설비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는 물론, 차량 생산 모든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배터리는 기존 ‘18650’,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대체할 ‘4680’ 배터리를 만든다.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배터리는 셀 크기를 키워 에너지 밀집도를 높이고 비용도 줄였지만, 이 방식으로는 자동차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는 “새 배터리 셀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 더 길며 약 3년이 지나야 대량생산 된다”고 설명했다.

‘4680’은 현재 LG화학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2170’에 비해 지름이 두 배 이상으로 크다. ‘4680’의 앞 두 자리 숫자는 지름을 뜻한다. 머스크는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셀을 재활용해 비용을 줄일 것”이라면서 “자동화된 공장 몇 군데서 자체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슬라가 ‘반값 배터리’ 카드를 꺼냈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배터리데이를 본 수십만명의 시청자들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머스크가 덧붙인 “대량생산은 3년 이후”라는 발언 때문이다. 3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참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데다, 내심 기대했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혁신에 대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인지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7% 가까이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로 인해 테슬라 시총이 2시간 만에 200억달러(23조원) 줄었다”고 밝혔다.

행사 전 뉴욕 증시의 정규장에서도 테슬라 주가는 5.6% 떨어졌다. 결국 테슬라 시총은 이날 하루 500억달러가량 감소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국내 배터리 3사. [그래픽=연합뉴스]

이날 발표는 테슬라의 전략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업계도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이미 원가 절감을 위한 연구개발(R&D)에 힘쓰고 있어 테슬라의 발표가 새로운 리스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전부터 100만마일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리튬메탈/음극이 없는 배터리) 발표 등 배터리데이 행사에 대해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으나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내용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날 배터리데이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2030년까지의 장기 계획 위주”라고 덧붙였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전지 수직계열화 계획으로 기술 및 수급에 대한 주도권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행사로 소멸됐다”며 “오히려 국내 전지 업체의 강력한 시장 장악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LG화학의 경우 전기차 전지를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으로서 중국 외 지역에서 기술 및 시장점유율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테슬라의 전지 발표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아 왔다”며 “이날 행사는 LG화학의 높은 진입 장벽을 오히려 인정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