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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은행권, 사모펀드 부실 후폭풍...깐깐해진 모범규준에 투자자 이탈 '이중고'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09.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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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은행권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후폭풍으로 깐깐해진 모범규준과 투자자 이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은행권이 펀드 사태 후속조치로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예금을 제외한 펀드상품 투자가 사실상 위축되면서 영업전략도 차질을 빚어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은행연합회는 전날 금융감독원과 함께 DLF 사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 을 제정하고, 은행연합회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모범규준을 올 연말까지 자체 내규에 반영해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DLF사태 후속조치로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마련해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모범규준은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원금 비보장 상품에 관하여 상품심의·판매·사후관리 등 상품판매 전과정에 대해 규율하고 있다"며 "특정 비예금상품 판매실적의 성과반영 제한, 고객수익률 반영 등 영업점 성과평가체계(KPI) 개선사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는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은행의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에 있어 그간의 불합리한 관행 및 미흡한 내부통제가 크게 개선되고, 영업점 성과평가체계(KPI) 등 유인체계 재설계를 통해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문화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모범규준 추진 이유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DLF 사태의 발생원인 중 하나로 은행의 내부통제 미흡과 단기 실적위주의 성과평가 문화가 지적됐다"며 "일반 개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이 원금보장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판매되었으나, 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와 관련한 은행의 내부통제가 미흡해 손실이 확대되고 다수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은행의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성과평가 문화도 특정상품 판매로의 쏠림 및 불완전판매를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은행권은 금융감독원과 함께 '은행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강화 T/F(태스크포스팀)’를 구성했다"면서 "DLF 사태 이후 은행권의 자율적인 개선대책, 모범관행(best practice), 각종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모범규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은행권의 펀드 판매는 엄격한 제약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은행은 비예금상품 정책을 총괄하는 임원급 협의체 '비예금 상품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 의무를 짊어진다. 위원회에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리스크관리담당 임원(CRO), 준법감시인, 소비자보호담당 임원(CCO)이 포함된다.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대체펀드, 위험도가 중간등급 이상인 상품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직접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 심의결과는 대표이사 및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며 관련자료 등은 서면, 녹취 등의 방식으로 10년간 보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는 라임 펀드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임원과 CEO, 이사회까지 그 책임을 져야 하므로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화한 부분은 손실위험 안내 강화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 판매 시 상담 과정 녹취와 함께 고객들이 '투자설명 동의서' 내용을 숙지하고 자필 서명을 해야만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펀드 등 상품 리스크에 따라 판매 고객군, 한도 총량도 사전에 정해진다.

A은행 관계자는 "상담과정 녹취와 고객들의 투자설명동의서 자필서명의 경우 라임펀드 사태 등에서 계속 문제시된 점이라 보완 및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상품 리스크에 따라 당장 은행에서의 펀드상품 판매는 어려워질 것이고, 향후에도 그 비중이 점점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의 개인고객 펀드 판매 비중이 줄고, 대형 자산운용사의 비중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인해 은행권의 개인고객 펀드 계좌수는 이미 위축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보유 개인고객 펀드 계좌수는 802만좌로, 전년말보다 25만6000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들은 연초보다 56만8000개 늘어난 498만4000좌를 보유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모펀드 자체가 세제혜택이나 세금 문제에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에 은행이 져야 할 책임이 커지니 판매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 역시 "시중은행들의 펀드 판매가 위축되다 보니 아무래도 믿을 수 있는 대형 자산운용사가 그 자리를 더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운용사의 투자 제안서를 투자자에게 연결해 주는 역할에 익숙했는데, 이는 소규모 자산운용사나 대안투자 전문운용사 등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함께 다양한 투자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라임과 옵티머스 등 일련의 DLF 부실사태로 인해 신뢰성에 금이 가면서 위험성이 낮고 안정적인 대형 자산운용사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모범규준이 고객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은행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규제가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금융권 진출을 가시화하고 빅테크와의 형평성 문제부터 은행의 자산건정성 악화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C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자정작용을 믿지 못하고 규제가 강화되다 보면 성장은 요원하다"면서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의 빅테크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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