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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산하는 '가치소비'...기업, 이상과 현실 속 균형 찾아야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0.10.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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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소비에 가치를 더하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업을 향한 소비자들의 평가 잣대도 엄격해지고 있다. 식탁에 오르는 가축의 동물권을 존중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활동이 대표적이다.

"암탉의 고통을 판매하는 마켓컬리는 잔인한 샛별 배송을 중단하라!"

마켓컬리 케이지 프리 촉구 기자회견 [사진=동물자유연대 유튜브 캡처]
마켓컬리 케이지 프리 촉구 기자회견. [사진=동물자유연대 유튜브 캡처]

최근 동물자유연대는 온라인몰 마켓컬리의 케이지 사육 달걀 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케이지 프리' 선언은 공장식 철창(배터리 케이지)에 가둬 사육한 것이 아닌 동물복지가 이뤄지는 사육 환경 속에서 자란 암탉이 낳은 달걀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동물자유연대는 마켓컬리가 판매하고 있는 달걀 제품군의 절반가량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이라며 이것이 윤리적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현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럽연합(EU)는 2012년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아예 금지했다. 미국과 북유럽권 국가들과 1900여개의 다국적 기업도 '케이지 프리'를 선언한 상태다.  

닭 한 마리가 A4용지 한 장보다 작은 환경에 갇혀 알을 낳는 배터리 케이지가 실내에 닭을 풀어놓고 사육하는 평사나 계사보다 더욱 많은 닭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동물복지 측면에서 낙제점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수익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판매자 측은 동물복지형 축산에 공감하면서도 농장동물의 사육 환경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확대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시장 가격이 이미 적정가를 넘어선 상태에서 판매자가 누려온 잉여이익을 내려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제로 웨이스트나 비거니즘으로 대표되는 소비의 핵심은 결국 친환경적인 제품을 '덜 쓰고', '아껴서'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제품의 팔아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경영활동과 구조적으로 배치된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친환경 경영활동이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근 급성장한 밀키트(Mealkit) 시장은 지나치게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식재료와 양념을 세트로 제공하는 즉석조리식품의 특성상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부재료를 각각 소량 포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의 밀키트 브랜드 쿡킷은 출시부터 ‘100% 물로 만든 얼음팩’, ‘종이소재 포장재’ 등을 내세워 마케팅에 활용했다. CJ제일제당의 이같은 행보에 기존 밀키트 업체들은 난색을 표했다. 기존 포장재보다 훨씬 비싼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해선 현재 가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선 소비자의 지탄, 뒤에선 대기업의 공습.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결국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혁신이 필요하다.

대체 단백질을 만드는 미국의 스타트업 저스트(Just)가 처음 대체육으로 치킨너겟 한 조각을 만들 때 수억원의 생산비가 들어갔다. 하지만 3년 만에 이를 10만원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있어야 소비자가 지향하는 윤리적 소비와 기업이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사회적 가치 창출과 친환경 가치 소비가 거스를 수 없는 시장의 흐름이 된 만큼 기업들의 실현 가능한 혁신 청사진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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