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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수장도 부메랑 맞은 임대차보호법의 '복수'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10.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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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살고 있던 전셋집을 내년 1월까지 빼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임대차보호법이라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경제 수장이 법이 시행되자 '전세난민'이 될 상황에 처하는 부메랑을 맞게 된 셈이다. 

홍 부총리에게 닥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가 지난 8월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매도계약을 체결했던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가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매각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전세난민이 될 상황에 처했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을 들여다보면, 세입자는 집을 빼 주기로 한 뒤 새집을 구하려 백방으로 알아봐도 주변 부동산 시세가 기존의 전셋값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데다 매물도 마땅히 없다 보니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홍 부총리는 자신이 발표한 6·17부동산대책 당시 의왕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람은 6개월 안에 실제로 전입해야 한다는 조항을 적용받게 생겼다. 즉 기존 세입자가 집을 비워줄 수 없는 입장이라 매수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홍 부총리는 잔금을 주지 못하는 부메랑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오갈 데 없게 된 홍 부총리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것인지 정부당국이 주택매매 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법제화할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과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동안 임대사업자를 비롯해 부동산 전문가들이 임대차보호법 시행 후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 관련법 보완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꿈쩍도 않던 정부당국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두 달여 만에 이같은 보완책을 내놓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서민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의 입장을 아우르기보다는 "홍남기 부총리 구하기법이냐"는 조롱성 비판이 나왔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에 정책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던 정부의 자세는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던 게 사실이다. 홍 부총리가 전세난민이 되고 주택매매가 불발된 것이 큰 뉴스거리가 되는 것 역시 부동산 정책을 이끄는 경제수장이 정책의 보완 필요성을 몸소 보여준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전세난 속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세난 속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누리꾼은 "그래도 홍 부총리는 서민들과 달리 갈 곳이 없는 건 아니지 않냐"며 "서민들이 겪고 있는 오도가도 못하는 전세난민의 설움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홍 부총리에게 "전셋집은 구했느냐"며 걱정 어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당시 윤 의원은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주관하는 수장이 경제적 약자를 위해 정책을 만들었는데 그 정책이 오히려 어려운 사람을 더 어렵게 하고 부메랑이 부총리에게 곧장 간다는 것이 정책 만드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무리하게 밀어붙인 임대차보호법의 복수가 경제 수장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반 국민은 분노에 차 있다는 걸 명심하고 지금이라도 시장 못 이긴다는 걸 인정하고 몇 안 남은 보완책을 찾아보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난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더 큰 고통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수요가 공급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만으로 전세난을 잡으려 하면 효과도 없을뿐더러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앞으로 정부는 규제 일변도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정교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전세난에 절망이 깊어지는 국민의 시선으로, 서민의 눈높이에서 절실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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