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25일 별세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에 정계와 재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진 고(故)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빈소가 차려지기 전인 이날 오후 4시 57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두 자녀와 함께 왔다.
이 부회장과 두 자녀는 모두 흰색 마스크를 쓰고 검정 정장을 입었다.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을 한 채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취재진 앞을 지나갔다. 이들은 장례식장 로비에서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장례식장 지하로 향했다. 이 부회장 외에도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이서현 등 고인의 자녀들도 도착해 빈소를 지켰다.
오후 7시 25분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약 10분 뒤인 오후 7시 35분께 떠났다. 노 실장은 "한국 재계의 상징이신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 메시지를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오후 9시 46분께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이 지사는 "조문 말씀을 드리려고 왔다. (이건희 회장은) 어쨌든 한 시대의 별이신데, 명복을 빈다"라고 취재진에 말했다.
현대가(家)에서도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했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은 빈소를 방문해 이 회장에 대해 "큰 거목이셨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도 함께 방문해 애도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CJ 회장도 가족과 함께 조문했다. CJ그룹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40분경 빈소에 도착했다. 이재현 회장은 부인 김희재 여사와 자녀 이경후 CJ ENM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내외와 함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재현 회장은 이 부회장 등 유족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했으며 약 1시간 30분가량 빈소에 머물다 돌아갔다.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고인을 기리며 "국가 경제에 큰 업적을 남기신 위대한 분"이라며 "가족을 무척 사랑하셨고 큰 집안을 잘 이끌어주신 저에게는 자랑스러운 작은 아버지"라고 추도의 뜻을 밝혔다.
이재현 회장의 이번 조문이 그간 냉랭했던 삼성과 CJ의 관계가 회복 무드로 돌아감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과 CJ 간 갈등은 이건희 회장의 첫째 형인 故 이맹희 CJ그룹 전 명예회장이 상속재산 소송을 벌이며 본격화됐다. 2012년 이 전 명예회장은 부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을 이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실명 전환해 독식하려 했다며 1조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1·2심에서 연이어 패한 이 전 명예회장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회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형제 간 소송은 이 회장의 심신을 크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이 전 명예회장이 2015년 8월 향년 84세로 중국에서 폐암 등 지병으로 별세할 때까지 상속분 반환 소송으로 불화를 겪었다.
다만 범삼성가의 경영 체제가 3세들에 넘어오며 화해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선대의 화해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지만 사촌 관계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간 관계는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이재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 회장의 빈소에 친인척 중 가장 먼저 발걸음하며 화해 무드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 회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4일장으로 치러지며 오는 28일 발인이다. 장지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내 삼성가 선영 또는 수원 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