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 글로벌 1위로 일궈낸 메모리 반도체 분야 사업장에 '마지막 출근'을 한 뒤 가족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 회장을 태운 운구 행렬은 28일 오전 11시 55분께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의 가족 선영에 도착했다. 운구 차량과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탑승한 승합차, 삼성의 주요 전·현직 임원들이 탄 승합차가 차례로 선영 주변에 멈춰 섰다.
도로에서 선영으로 향하는 이면도로 입구에는 삼성 관계자 4~5명이 경광봉을 들고 운구 행렬 외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취재진은 이곳을 지나 500m가량 더 도보로 출입이 가능했지만 이 회장의 묘역을 200m 정도 앞둔 곳에 설치된 철문부터는 삼성 측의 통제로 추가 접근이 불가능했다. 묘역 주변에는 흰색 그늘막 4~5개 동이 설치돼 있었다.
그늘막 주변에선 정오부터 목탁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0분가량 지나자 먼발치서 이 회장의 영정을 든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목탁을 든 스님들을 따라 묘역으로 걸어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를 이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자 한쪽 팔을 내어 서로 팔짱을 끼고 일렬로 걸어갔고 홍라희 전 관장 등 나머지 유족과 삼성 임원들이 뒤따랐다.
묘역에서 진행된 장례는 유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약 1시간 남짓 절차에 따라 엄숙히 진행됐다.
이 회장은 장례 절차가 끝난 뒤 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갔다.
앞서 이 회장의 영결식은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결식 이후 운구 행렬은 이 회장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인근 리움미술관을 들렀다. 다만 정차하지 않고 지나쳐 이동했다.
이후 이 회장은 오전 11시부터 약 25분간 생전 애착을 보였던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들러 임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도착 2시간 전부터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회사에서 준비한 3000여 송이의 국화를 받아 들고 약 2㎞에 달하는 화성캠퍼스 내 도로 양편에 4~5줄로 늘어섰다. 운구행렬 도착 직전에는 라인근무자 등 더 많은 임직원들이 나와, 곳곳에서 고인의 마지막 출근길을 지켜봤다.
고인이 2010년과 2011년 기공식·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던 16라인 앞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 유가족들이 모두 하차했다.
이곳에서 과거 16라인 방문 당시의 동영상이 2분간 상영됐고, 방진복을 입은 남녀 직원이 16라인 웨이퍼를 직접 들고 나와 고인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버스 탑승 전 임직원들에게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표시했고, 임직원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전·현직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 수천여명의 직원들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들도 함께 나와 고인을 배웅했다. 육아휴직 중임에도 직접 나온 임직원도 있었고, 인근 주민들도 나와 고인과 작별인사를 했다고 삼성전자 측은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5개월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