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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빚 폭증 막겠다는 규제론, 시장과 괴리 좁히기가 먼저다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0.12.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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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불황 속에서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시장에는 3100조원이 넘는 유동성 자금이 풀렸다.  이 때문에 '빚투(빚으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패닉바잉(공황구매)' 등과 같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부동산과 증시에 돈이 밀려들었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 '투기'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줄을 막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고군분투했다. 최근에는 고소득자 대출 규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내놓고, 은행권에는 우대금리 축소 등 금리인상을 주문했다. 이는 우대금리를 줄여 실질적으로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면 이자상환 부담으로 대출이 줄어들어 과열된 부동산 시장도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정부의 금융대책들이 가계빚 줄이기에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조4195억원(657조5520억→666조9716억원) 급증하며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10월 증가액(7조6611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당국의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고 보자는 막차 선수요가 작용했다는 것이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들과 가계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것을 두고 10월과 달리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았으니 당초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상환 능력이 높은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통상 연말이 되면 대출잔액 목표치를 넘기게 돼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게 되는데, 올해는 당국의 관리까지 받으면서 시장의 수요뿐만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도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규제는 막차심리와 2금융권 풍선효과로 옮겨간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에 대한 강력한 대출 규제책이 연이어 나올 때마다 대출수요의 막차심리와 2금융권으로 번질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는 연소득 8000만원 초과자가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았을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상환해야 한다는 것인데 가계빚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저신용자가 아닌 고신용자에게 적용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의 날을 세운 연소득 8000만원 초과자들은 대체로 고신용자들"이라며 "이들이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면 저신용·저소득자들이 오히려 대출이 더 힘들어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이 폭증하는 대출 수요를 막는 최선책이라 여기며 핀셋 규제와 시중은행 압박에 치중하는 동안 시장에서는  규제 일변도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 한 해 정부는 코로나19의 파고를 헤치며 많은 대책을 내놓고 경제안정에 힘써 왔다. 하지만 금융 규제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대책으로 삼으면서 시장 수요의 불안을 낳아 가계빚의 폭증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내놓은 금융대책들의 성과를 따져보고, 수요와 공급의 조정이 우선시 되는 시장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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