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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들, 7년5개월 인내 끝에 日정부에 첫 승소...'1억씩 배상' 판결에 일본 반발
위안부 피해자들, 7년5개월 인내 끝에 日정부에 첫 승소...'1억씩 배상' 판결에 일본 반발
  • 최민기 기자
  • 승인 2021.01.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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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소해 1인당 1억원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나라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그동안 여러 건 있지만, 이 중에서 판결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안부 소녀상. [사진=연합뉴스]

이 사건은 배 할머니 등이 2013년 8월 위자료를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배 할머니 등은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에 자신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위안부로 차출했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한국 법원의 사건 송달 자체를 거부해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원고들의 요청에 따라 법원은 2016년 1월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이후 4차례의 변론 끝에 피해자들의 청구를 모두 수용했다.

비록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조정 신청을 제기한 뒤 7년 5개월이란 인내의 시간이 흘러 그 사이 배 할머니가 2014년 별세했고, 공동 원고인 김군자·김순옥·유희남 할머니 등도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증거와 각종 자료, 변론의 취지를 종합해볼 때 피고의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며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자료 액수는 원고들이 청구한 1인당 1억원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돼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안에 대해 재판할 권리가 우리 법원에 있다고 인정했다.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해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원고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두고 "감개가 무량하다"며 환영하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배상금을 강제 집행할 방법이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취지로 이용수 할머니 등 20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판결은 오는 13일 나온다. 이 할머니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소식만을 기다렸다. 너무 좋다"며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다 여러분들이 힘써주신 덕이에요"라고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위안부 피해자 일본 손해배상 소송 주요 일지. [인포그래픽=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이날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도쿄발 연합뉴스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정례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가토 장관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다 해결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경우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에서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이 일한 양국 정부 사이에서 확인도 됐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한국이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하겠다"면서 오는 13일 선고가 예정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낸 다른 소송은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토 장관은 주권 면제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권에 복종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한 판결에 항소할 의사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배상 판결에 항의해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했다. 남 대사는 외무성 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에 "일본 정부 입장을 들었다"면서 "우리로서는 한일관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고 해결될 수 있도록 가능한 노력을 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차분하고 절제된 양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김강원 변호사가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원고 대리인인 김강원 변호사가 8일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 법원에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첫 판결이 선고된 이날 주일본대사로 내정된 강창일 전 의원이 공식 임명돼 이번 판결로 더욱 복잡하게 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4선 의원 출신으로 도쿄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아 '일본통'로 평가받는 강 대사는 이날 외교부의 임명 발표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삼권분립 때문에 사법부 판결에 대해 평가하기 그렇지만, 이 판결이 가진 의미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난마처럼 꼬여있는 한일관계를 정상화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어서 마음도 무겁고 어깨도 무겁다"며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