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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AI 챗봇 '이루다' 퇴장이 남긴 교훈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1.2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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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인공지능)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AI 분야에만 쏟아 붓는 돈은 전년 대비 2400억원이 늘어난 6662억원에 달한다. 전자업계와 이동통신업계도 AI를 전면으로 내세워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AI가 활용되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보편화돼있는 AI 스피커나 스마트폰 부가 기능으로서 개발된 ‘시리’, ‘빅스비’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가하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의료·교육·행정·복지·노동·교통 등 앞으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접목된 기술을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미지의 세계가 많은 AI는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AI 챗봇 '이루다'. [사진=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한데 AI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이와 관련한 법적·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질문화의 변화를 비물질문화가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지체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ICT업계에서 큰 이슈가 된 AI 챗봇 ‘이루다’ 사건만 봐도 우리나라가 ‘뉴 노멀’에 대비한 준비가 얼마나 미흡했는지 알 수 있다. 이루다는 실제 사람과의 대화를 딥러닝한 것을 바탕으로 이용자의 문자메시지에 답했는데, 출시 후 얼마 안 돼 이루다가 차별·혐오 발언을 학습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동성애자가 싫냐?”라는 물음에 “제일 싫다. 매우 혐오한다”는 식으로 답한 것이다. 여기에 이루다를 만드는 과정에서 ‘연애의 과학’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데이터를 가져다 쓰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겼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혐오·차별 채팅’이라는 오명을 쓴 이루다는 결국 출시 24일 만에 데이터베이스(DB)와 딥러닝 모델이 폐기되며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래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즈음 일각에서 ‘AI 윤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사람의 형체가 아닌 AI에 사람과 똑같은 법과 제도를 적용해야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혹자들은 이루다가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성급함에 떠밀려 거친 세상에 일찍 던져졌다고 탄식한다.

이루다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나서야 AI 윤리 확립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4일 AI 서비스의 이용자 보호를 위해 규범 및 제도를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용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AI 서비스의 책임소재 및 권리구제 절차 등이 포괄될 수 있도록 기존의 법체계를 정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방통위가 이제라도 법적·제도적 손질에 들어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AI가 활용되는 분야가 너무나도 광범위하기 때문에, 법과 제도가 이를 모두 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완전 자동으로 움직이는 AI 자동차끼리 접촉사고가 났을 때 이를 누구 책임으로 돌려야하는지, AI 로봇이 의료사고를 냈을 때 이것이 의료진 책임인지에 대한 공방도 불가피하다.

AI 보편화 시대에 맞춘 시스템 개선과 함께 기술 발전의 이면에 숨겨진 측면을 두루 살피고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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