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맨 위로 올라설 수 있을까. 미국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협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 내정자는 2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우리 제품군의 범위를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해 외부 파운드리 이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외주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외부 파운드리 기업의 도움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날 미국의 IT 전문 매체 세미어큐리트도 인텔이 최근 대만 TSMC 외에 다른 기업에도 반도체 외주 생산을 맡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월 300㎜ 웨이퍼 1만5000장 규모로 인텔 칩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스틴 공장이 14나노미터(nm)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양사 간 협력은 중앙처리장치(CPU)보다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칩셋 생산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CPU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5nm나 7nm 공정에서 생산된다.
인텔은 이날 파운드리를 맡길 제품과 회사 이름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삼성전자 역시 고객사 관련 사안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로선 인텔과의 협력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4월 천명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19년 684억3300만달러에서 지난해 846억5200만달러로 23.7% 뛰었다. 올해는 896억8800만달러(약 9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인텔의 사업 파트너가 된다면 파운드리 선두 업체 TSMC와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5.6%, 삼성전자는 16.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가 인텔의 물량을 나눠 확보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외주 계약이 사실이라면 인텔 입장에서는 TSMC의 독점 계약보다는 삼성전자와의 듀얼 벤더 활용방안이 주는 장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