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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챙기며 소통 넓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허나 또 청년이 죽었다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2.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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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CEO) 회장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듣는 창구인 ‘영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했다는 평가다. 현재 대기업 주요 계열사에서 노사 간 소통 부재로 인해 성과급 논란이 불거진 것에 비춰볼 때 최 회장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안전경영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난해 12월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안전사고 방지에 힘쓰고 있지만, 최근까지 포스코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정치권에서 최정우 회장을 청문회 증인 리스트에 올리기에 이르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국가보훈처 제공/연합뉴스]

9일 포스코에 따르면 1999년 직원들과 최고경영층 간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 신설한 ‘영보드’를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개편했다.

포스코는 1999년 영보드를 신설했는데,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보다 내실 있는 채널이 될 수 있도록 기존 사무·엔지니어 직원들 중심의 영보드에 더해 제철소 현장직 직원들 위주인 ‘현장직군 영보드’를 별도로 만들고, 참여 직원도 기존 과·차장급에서 대리급 이하로 낮췄다. 현장을 비롯한 다양한 부서의 젊은 목소리가 CEO에 직접 전달될 수 있도록 개편한 것.

최 회장은 최근 영보드 멤버들에게 “영보드는 일터에서 실제로 느끼는 점과 아이디어를 경영진에 가감 없이 제안하고 경영층의 철학과 비전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달부터 활동하는 올해 영보드는 사내공모를 통해 총 24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온·오프라인 모임을 실시하고, 다양한 개선 및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해 1년에 총 4회 이상 CEO를 직접 만나 이를 함께 논의한다.

그동안 영보드가 제안한 내용은 회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지난해에는 ‘협업 핵심성과지표(KPI)’를 생각해 내 회사가 도입했다. 조직간 협업 활동에 대한 목표와 결과를 성과 지표로 제도화하는데 일조한 것이다. 협업한 타사 부서 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수 있는 ‘협업포인트제’ 역시 영보드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이외에 남직원에게도 태아검진 휴가 부여를 제안해 제도화됐고,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추진한 우수 업무에 대해 본인을 포상자로 셀프 추천할 수 있는 공모 포상제도 역시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회사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는 최 회장의 행보는 최근 다수 기업들이 특히 MZ세대와의 소통 부재로 인한 성과급 논란을 겪고 있는 형국에서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최근 SK하이닉스에서 성과급 논란이 불거져 다른 기업으로 퍼지기도 했다. 노사가 합의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그동안 양측이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정우 회장이 첫 현장직 영보드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 회장이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직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경영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포스코에 따르면 8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언로더를 정비하던 협력업체 직원 A(35)씨가 숨졌다. A씨는 철광석 등 원료를 옮기는 언로더의 컨베이어벨트 설비를 교체하다가 갑자기 언로더가 작동하면서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현재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은 포항제철소에서 현장감식을 벌이고 포스코와 협력업체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협력사 직원이 사망한 데 대해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부임 후 지속적으로 안전을 강조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안전조치를 취하느라 생산이 미달하는 것은 앞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상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3년간 1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CEO의 잇따른 언급에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재발하면서 이런 대책과 발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3소결공장에서 포스코 협력사 하청업체 직원이 집진기 보강공사 도중 부식된 배관 파손으로 추락해 숨졌다. 같은 달 23일에는 포항제철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야간근무 출근 도중 제철소 내 도로에서 25톤 덤프트럭과 부딪쳐 사망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산재로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8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9개 기업 대표이사가 오는 22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리는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진=연합뉴스]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30대 청년이 고(故) 김용균 참극과 닮은꼴로 포항제철소에서 컨베이어 작업 중 안타까운 참변을 당한 날, 여당 의원이 포스코와 최정우 회장을 직격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또 청년이 죽었다, 또 다시 포스코였다. 중대재해법 1호 처벌, 산재왕국 포스코 되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중대재해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발(發) 죽음의 열차는 멈추지 않았다”며 “결국 근래에 있었던 최정우 회장의 안전 행보는 보여주기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았음이 다시 한 번 밝혀졌다”고 질타했다.

이어 “2016년 2월부터 5년 동안 44명이나 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타기업에 비해서 전무후무한 일이고, 이는 결국 포스코의 안전불감증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의원은 “국회에서 산재 청문회를 준비 중인 만큼 관련 사항에 대해 철저하게 파헤치고, 중대재해법 1호 처벌로 산재왕국 포스코에서 더 이상 억울하게 죽는 노동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산업현장의 안전과 관련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최 회장은 오는 22일 열리는 국회 환노위의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환노위는 최 회장을 포함해 최근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산업부문별 주요 기업 중 9개 대기업 대표이사를 부르는 증인 채택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회장님의 청문회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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